"현재 꽤 알려진 민간기업에 다니고 있는데 등대원으로 지원한 동기는 뭔가요?" "비록 박봉이라고 하지만 그 정도 액수면 지금 직장 봉급보다 크게 적은 액수는 아닌데다 뭣보다 안정적인 '평생 일자리'를 갖고 싶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13일 오전 11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 별관 대회의실.등대직(기능 10급) 공무원 1명을 뽑기 위한 면접장은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면접에 응시한 지원자는 모두 45명. 지난해 6월 28.5대1(2명 모집에 57명 지원)의 경쟁률을 훨씬 뛰어넘는 사상 최고의 경쟁률이다. 지원자들의 학력 또한 높아져 고졸은 17명(38%)에 불과하고 대학재학 2명,대졸 26명 등 대학 재학 이상의 학력 소지자가 전체 지원자의 62%에 달했다. "비록 힘들지만 바다의 길잡이라는 중차대한 등대지기 임무를 잘 해내려면 혈기보다는 연륜이 필요하고 생각합니다." 40세 나이 제한 규정을 간신히 충족시킨 1964년생 최고령 지원자는 '자신의 나이가 핸디캡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이들은 전기공사기능사,전기기기기능사,무선설비기능사,항로표지기능사 등의 자격증 가운데 1개 이상의 자격증을 보유해 서류전형에 통과했지만 이날 한번의 면접으로 당락이 가려지기 때문에 불안초조한 모습이 역력했다. 한 응시자는 "너무 오랫동안 육지와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등대지기 일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망설여진다"면서도 "20여곳에나 원서를 제출한 끝에 서류전형에 첫 합격한 곳인데… 중도포기하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선발되는 등대원은 인천해양청이 관리하고 있는 유인등대 팔미도,부도,소청도,선미도 등 4곳 중 1곳에 배치될 예정이다. 연봉은 수당까지 합쳐 1천5백만원가량이며 한 달 중 뭍으로 나올 수 있는 날은 1주일. 외롭고 고달픈 것은 물론 박봉인 데도 지원자들이 몰리는 이유는 뭘까. 서울의 한 기업에서 일하다 이번 등대원 시험에 응시하게 됐다는 한 지원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대기업 과장만되면 구조조정 불안에 시달려야 하고 중소기업에 입사하면 언제 회사가 망할지,갑자기 중국으로 옮겨갈지 모르는 강박을 안고 다닌다"면서 "마음 편하게 오래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좋다는 생각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인천=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