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50억달러 규모의 자금을 새로 조성하는 등 외국계 사모투자펀드(PEF)들이 한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자 걸음마 단계인 '토종 PEF'에 비상이 걸렸다. 토종 PEF들은 국내투자자들의 참여저조 등으로 인해 펀드규모가 작은 데다 설립이 늦춰지고 있어서다. 일각에서는 외국계 자본에 대한 '대항마'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난항을 겪는 '토종 PEF' 은행 자산운용회사 등 9개 국내 금융회사들이 작년 하반기부터 PEF시장 진출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펀드를 설립한 곳은 우리은행(2천1백억원)과 미래에셋의 맵스자산운용(1천억원) 2곳 뿐. 나머지 7곳은 펀드 규모와 출범 시기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연기금 보험회사 등 기관투자가들로부터의 자금모집(펀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3천억∼5천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키로 했던 국민은행은 최근 펀드설립을 사실상 중단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PEF 투자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나섰다가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작년 말까지 최대 1조원짜리 펀드를 설립키로 했던 산업은행도 오는 2∼3월로 출범시기를 늦췄다. 펀드규모도 3천억∼5천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산은 관계자는 "연기금 생보사 등 주요 투자자들의 참여가 예상보다 저조하다"면서 "새해 들어 연기금 등 투자주체들의 자금집행 계획과 조직인사 등이 확정되지 않아 최종 의사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항마'역할 할 수 있나 오는 3월까지 2개의 PEF를 추진 중인 KTB자산운용의 장인환 사장은 "외국인 독무대였던 인수·합병(M&A) 및 기업 구조조정 시장에서 올해는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토종 PEF의 규모가 영세해 외국자본에 맞설 '대항마'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시되고 있다. 론스타 칼라일 뉴브릿지캐피탈 JP모건에쿼티파트너스 등 외국계 PEF의 최대 강점 중 하나가 바로 자금력이다. 뉴브릿지캐피탈 론스타 등이 각각 5천억원과 1조4천억원을 투입,제일은행과 외환은행을 인수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외국계는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쉽게 동원한다. 반면 우리은행과 맵스자산운용의 펀드규모에서 보듯 토종 PEF는 매우 작다. 펀드규모가 작으면 덩치 큰 기업에 대한 투자는 어렵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높은 대형 딜(Deal)은 여전히 외국자본이 주도하고 '잔챙이'를 놓고 토종 PEF끼리 경쟁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토종 PEF를 육성하려면 연기금의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