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금리 동결] 자산 거품.금융시장 왜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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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경제부의 강력한 주문과 시장의 금리인하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를 동결했다.
초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경우 자산가격의 거품과 금융시장 왜곡 등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은이 경기가 나아지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마지막 카드'로 금리인하 여지를 남겨놨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왜곡 우려하는 한은
박승 한은 총재는 "장기금리 마이너스 상태와 미국보다 금리가 낮은 금리 역전현상 등 금리구조 왜곡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안된다는 게 금통위의 유념사항"이라고 말했다.
작년 콜금리를 두차례(8,11월) 내렸지만 실물부문으로 돈이 흘러가지 않고 채권시장에만 몰리면서 시장금리를 일방적으로 끌어내리는 등 부작용만 커졌다는 설명이다.
박 총재는 나아가 금융자산 보유자가 부동산 투자자보다 손해를 보는 것은 '중앙은행의 정책적 책임'이라고까지 언급했다.
채권시장에선 이같은 발언을 향후 콜금리 추가인하보다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때문에 이날 오전 중 전날보다 0.14%포인트 급락했던 국고채 5년물 금리가 박 총재의 발언 직후 0.16% 급등하는 대혼란을 빚었다.
물론 이같은 발언 이면에는 하반기 경기회복에 대한 강력한 희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총재는 "하반기에는 연율 5%대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경기가 회복되면 시중에 풀려 있는 유동성이 수요로 전환돼 물가에 부담을 주고 주식과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자산거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재경부는 '불만'
추가 금리인하에 쐐기를 박는 박 총재의 발언으로 재정 조기집행에 금리정책까지 동원해 경기부양 효과를 배가시키겠다는 구상은 일단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재경부와 한은 간에는 냉각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 관계자는 "국채금리까지 많이 떨어졌는데 금리를 내려줬더라면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을텐데 많이 아쉽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최근 언론사와의 신년인터뷰에서 "지금은 경기회복에 초점을 둔 거시정책의 적절한 조합이 필요하다"며 "금리정책을 탄력적으로 활용해 경기 진작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금리인하를 우회적으로 요구했었다.
하지만 박 총재의 발언으로 추가인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여전히 경기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1·4분기 중 한차례 정도 콜금리 추가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 입장에서도 콜금리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물가관리 목표치 수준인 3%에 불과 0.25%포인트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여유분을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남겨놓을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