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적정 주가는 1백25만원" 현재 47만원대인 삼성전자 주가를 이같이 평가하는 것은 얼핏 황당한 얘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 만큼의 차이가 바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다.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닌 북핵등 북한변수에다 기업지배구조,노사불안,정책 일관성 부족 등 외부변수로 한국기업들이 실제 가치보다 얼마나 저평가받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삼성전자가 한국이 아닌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다면 주가가 1백25만원에 달할 것이라는 얘기다. 증시에서는 "올해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가 눈에 띄게 개선된 데다 수익성도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도 1988년 이후 무려 17년간 지루하게 머무르고 있는 500∼1,000의 박스권을 뚫고 올라서 1,000포인트 시대에 안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증시 얼마나 저평가됐나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의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적어도 50%는 할인돼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상의가 실시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관련 설문조사에서 외국인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들은 평균 30.9%라고 답변했다. 김영익 대신증권 실장은 "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배당과 북한 리스크 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한국 주식은 30∼40% 넘게 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이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는 더 분명하다. 삼성전자는 경쟁업체인 인텔의 PER를 적용할 경우 1백25만6천원이 적정한 것으로 평가됐다. 포스코의 적정 주가는 신일본제철과 비교할 때 34만8천원으로 분석됐다. 현대중공업현대차도 각각 미쓰비시중공업과 도요타와 비교할 경우 적정 주가는 현 시세보다 2~3배 높은 11만1천원과 8만5천원으로 평가됐다. 실제 삼성전자 실적은 인텔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 지난 2003년 기준 삼성전자 매출은 43조6천억원으로 인텔(34조6천억원)보다 9조원 많다.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2%로 7%포인트 높다. 하지만 시가총액은 68조원으로 인텔(2백34조원)의 3분의 1에도 못미친다. 현대중공업도 시가총액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의 6분의 1에 불과하지만,ROE는 4%로 미쓰비시의 2배다. 부채비율 역시 2백5%로 미쓰비시(1백81%)와 차이가 거의 없다. 이 같은 격차는 기업 내부의 문제가 아닌 외부 변수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로밖에는 설명할 도리가 없다. LG투자증권 박윤수 리서치센터장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생존한 한국 기업들은 재무구조가 탄탄해진 데다 수익성도 크게 향상돼 디스카운트 해소는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디스카운트 해소 이미 시작 증시 일각에서는 이미 지난해 8월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이 내수 불황에다 수출 증가율이 크게 떨어지는 등 악재가 쏟아져 700선 붕괴를 시간문제로 여겼지만 지수는 720선을 바닥으로 힘차게 상승 반전했고,상승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대신증권 김영익 실장은 "현재 북한 문제를 제외하면 할인 요인이 많지 않다"면서 "올해는 지수가 장기 박스권 상단인 1,000을 돌파해 안정적인 상승을 시작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앞으로 디스카운트 해소 과정이 이어져 2008년에는 2,500∼3,000포인트에 도달할 것"이라며 낙관론을 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도 "매년 4∼6%의 안정적인 성장을 해 나간다면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며 "오는 2분기부터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차 등 우량주들의 재평가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성국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특히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주식을 매수,보유 비중을 40% 이상으로 높인 것은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는 과정임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