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 신용불량자들을 구제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이헌재 부총리도 어제 기초생활보호대상자중 15만명에 달한 신용불량자와 부모의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된 청소년, 영세 자영업자 등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에 대한 적극적인 채무조정은 서민층 보호차원은 물론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66조원 가량의 가계부채가 여전히 경기회복의 걸림돌이라는 점에서도 절실하다. 배드뱅크 등 기존 제도와는 달리 소득이 없는 사람들을 신용불량에서 벗어날수 있도록 하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무리 취지가 좋다고 해도 원금 탕감 등 예외적인 조항까지 만들면서 신용불량자를 구제해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구체적인 선정기준도 확정하지 않은 채 신용불량자 구제방침을 발표하자 벌써부터 신용불량자들이 금융회사에 빚을 갚지 않고 버티는 부작용이 생기는 등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원금탕감은 없다'는 정부 방침은 더 큰 혼란을 막기 위해서도 결코 흔들려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3월쯤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구제대상과 구제방안이 경제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는 자영업자들이 많은 우리 풍토아래서 자칫 정상적으로 세금을 낸 착실한 사업자들만 피해를 보거나,신용불량자가 아닌 저소득층들이 정부의 구제를 기대하고 부채상환을 회피하는 일들이 생겨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저소득층을 일시적으로 신용불량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해도 그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될수 없다. 정상적인 일자리를 찾지 못한다면 그들이 또다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에서 기업투자 활성화 등 일자리 창출 방안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