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역량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구입하기 위해 오는 3월께 출범시킬 '미술은행(Art Bank)'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났다. ▶한경 2004년 10월11일자 A32면 참조 문화관광부는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공청회에서 미술은행 설립·운영에 관한 기본 방안을 설명하고 다양한 의견을 청취,미비점을 보완해 빠른 시일내 가동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미술계에서는 "정부의 기본안은 마구잡이식으로 젊은 작가의 작품을 구입해주는 '뉴딜식 구제책'에 가깝다"며 "한국 미술품의 경쟁력 제고와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작가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선택과 집중'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미술은행 설립 운영방안=문화부는 올해부터 2010년까지 6년간 1백75억원의 예산으로 작품 구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올해는 25억원을 들여 젊고 역량 있는 작가의 작품 위주로 2백∼3백점을 구입할 예정이다. 공모(연 1회),추천(연 2회),미술관·화랑 현장구매 등의 병행을 통해 구매에 나서며 1천만원 이내의 작품 위주로 작가 1인당 연간 2점 이내로 제한한다는 게 골자다. ◇문제점 및 개선방안=미술은행이 올해 25억원의 예산으로 2백∼3백점에 달하는 작품을 구매할 경우 가격과 작가당 구매 작품수를 제한하는 조항으로 인해 최대 2백50명의 젊은 작가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해외 미술시장에 내놔도 통할 만한 경쟁력을 갖춘 역량 있는 젊은 작가가 30명도 안되는 게 국내 미술계의 현실이다. 따라서 매년 2백명이 넘는 작가의 작품을 구입할 경우 미술은행 컬렉션의 질이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많다. 미술시장 연구소인 '더 톤'의 윤태건 대표는 "정부의 미술은행 운영은 미술시장을 살려보겠다는 취지가 반영돼 있는 만큼 작품의 질 위주로 구매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준모 학예연구실장은 "역량 있는 작가들의 육성을 위해서는 구입 가격과 작품수를 제한해서는 안된다"며 "지역 작가 3분의 1 이상을 반드시 추천토록 한 것도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미술은행 내에 위원회가 많은 것도 문제점이다. 11인으로 구성된 미술은행운영위원회에서 주요 업무를 총괄하고 그 산하에 작품추천위원회와 작품구입심사위원회가 별도로 운영되는데 이들 3개 위원회에 관여하는 위원만도 40여명에 달한다. 서울 사간동의 한 화랑 대표는 "미술은행의 성공 여부는 객관적이면서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는 인물들이 위원으로 위촉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지연 학연에 얽혀 나눠먹기 식으로 심사에 관여해 온 미술인들은 배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