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그러나 미국이 지난 3년간 어떤 형태의 금리정책을 썼는지에 대해서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헌재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14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은행 금통위의 콜금리 동결(13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누가 듣더라도 '긍정'이나 '찬성'으로는 해석되지 않는 설명이었다. 이 부총리는 이어 "자세한 건 자문관이 설명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로부터 '등이 떠밀린' 이건혁 부총리 자문관(거시경제팀장)이 곧바로 기자실을 찾았다. 이 자문관이 단독으로 기자설명회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그는 "미국은 경기를 살리기 위해 2년여동안 정책금리를 5.5%포인트나 끌어내렸으며 저금리로 인한 자산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연 1.0%의 초저금리 정책을 지속했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다. 세계 금리가 반드시 같이 움직여야 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도 힘을 주었다. 이 역시 누가 듣더라도 "다른 나라들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우리는 내렸어야 했다"는 쪽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이 자문관처럼 국제통화기금(IMF)과 JP모건 등을 거친 민간출신 국제금융전문가들도 금리 인하에 긍정적인데 한은은 왜 고집을 부리는지 묻고 싶었던 것일까.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한은 관계자들은 "너무 노골적"이라며 발끈했다. 한 고위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 결정을 미 행정부가 직접적으로 비판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느냐"고 기자에게 반문하기도 했다. 한은 조사국에서는 이건혁 자문관의 멘트 하나하나에 대해 사실여부를 따지느라 분주하기도 했다. 고래 두 마리가 싸우는 통에 새우들(채권시장 관계자)의 머리는 더욱 복잡해졌다. 한 채권 매니저는 "서로 다른 소리를 하는 부모(재경부·한은) 밑에서 자란 아이가 '철부지'로 자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지난해 박승 한은 총재는 재경부의 말 한마디에 따라 이리저리 쏠리는 채권시장을 두고 "철이 없다"고 비난하기도 했었다. 안재석 경제부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