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16일 천호선 국정상황실장,박남춘 인사제도비서관,권찬호 의전비서관 인사를 발표하면서 "인사시스템과 공정한 인사업무의 보강을 위해 오랜 공직경험이 있는 박남춘 국정상황실장을 인사제도비서관으로 임명한 것이 이번 인사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해양수산부 출신인 박 비서관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각별한 신임을 강조한 것이다. 지난 2000년 노 대통령과 박 비서관의 에피소드 하나.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실에 박남춘 총무과장이 결재서류를 갖고 들어섰다. 부처 내 정기인사 서류였다. 박 과장은 두개의 인사안을 들고 장관실을 찾았는데,이미 1안이 앞에 있었고 예비성격의 2안도 있었다고 한다. 인사안을 들여다보던 노 장관은 일순 고심하는 표정을 짓다 박 과장이 들고온 1안에 결재했다. 보고를 마친 박 과장은 장관실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는 순간 깜짝 놀랐다. "젠장,장관도 별볼일 없구만…." 노 장관의 말이 뒤에서 들린 것이다. 놀란 박 과장이 다시 돌아와 "장관님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었더니 노 장관은 잠시 망설이다가 "사실은 내가 장관이라고,앞서 인사민원 비슷한 것을 받았는데 그게 2안"이라고 말했다. 이미 장관 결재서명을 한 뒤였다. 박 과장은 "그럼 기안을 다시 올릴까요"라고 건의했으나 당시 노 장관은 "원칙대로 하라"면서 두 사람은 매우 가까워졌다고 한다. 노 대통령은 2003년 취임 직후 오른팔격인 이광재 국정상황실장 아래 부실장으로 박 과장을 데려왔고,이 전 실장이 곡절 끝에 청와대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되자 그를 국정상황실장으로 승진시켰다. 그리고 이번에 시스템이 보강되는 인사수석실로 기용했다. 박 비서관은 국정상황실장 때도 언론과의 접촉을 철저하게 피하면서 각 부처의 국정현안을 점검,노 대통령에게 수시로 진행상황을 보고해왔다. 후임도 대표적인 386 측근그룹인 천 비서관이 맡아 국정상황실에는 무게가 더 실리는 형국이다. 국가정보원과 각 부처 주요 업무가 취합되는 청와대의 정보통로 구실을 하는 곳이다. 한편 권 의전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9년 후배다. 그는 행시 22회 출신으로 총리실 근무를 거쳐 이전정부때 청와대 행정관으로 옮겼고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실 행정관,제도개선비서관을 지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