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우리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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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이 만든 누리집(홈페이지) 첫 화면에 떠 있는 '우리 말이 아파요'라는 글이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요즘 어디에 가든지 온통 눈에 띄는 것은 외래어,외국어 뿐입니다.세계화시대 국제화시대라서 그런가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우리말이 너무 초라해 보입니다."
이 화면에는 점잖게 표현돼 있지만,사이버 공간에서의 언어파괴는 도를 넘어 이제는 일상생활의 언어소통이 지장을 받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다.
방가(반가워) 겜(게임) 짱나(짜증난다)에서 보듯 줄임말이 수도 없이 많이 쓰이고,맞춤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추카(축하) 마자(맞아)와 같이 소리나는대로 적기 일쑤다.
어이엄따(어이없다)처럼 일부러 된소리로 적는가 하면 담탱(담임선생님) 껌이냐(무사하냐) 등의 은어는 물론 단어형태를 바꾼 말들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게다가 이모티콘을 이용한 문장은 마치 외계어 같아 일부 누리꾼(네티즌)이 아니면 아예 해석이 불가능하다.
인터넷상의 비속어 사용은 비단 10대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학 졸업예정자 중 50% 이상이 신입사원 자기소개서에 인터넷 통신언어를 예사로 쓰고 있다고 한다.
급기야 난해한 통신언어를 해석해 주는 사이트까지 등장했다니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언어는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수단이면서 한편으론 민족문화를 창조하는 힘이다.
외솔 최현배 선생이 "말은 민족의 상징이며 민족문화의 근원이요,기초가 되며 민족적 생활의 힘이 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어의 남발까지 겹쳐 위기를 맞고 있는 우리말을 지키자는 운동이 힘을 얻고 있어 다소 위안이 되고 있긴 하다.
최근 교육부도 일선 교사들에게 언어파괴에 대한 지도자료를 내보냈다.
'아름다운 우리말 찾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국어연구원은 지난 6개월 동안 누리꾼들의 의견을 모아 24개의 외국어를 우리말로 다듬었다고 한다.
언어는 정확히 사용하고 닦아야 빛이 나는 법이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우리말 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서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