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 총장이 과학과 수학분야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못한 것은 사회적 요인 때문이 아니라 남녀 간 선천적인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보스턴 글로브는 18일 서머스 총장이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국(NBER) 비공개 회의에서 "도발적인 문제를 제기하겠다"며 과학ㆍ공학분야고위직에 여성 숫자가 적은 이유로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여성이 1주일에 80시간씩일할 수 없는 점과 함께 고교 때 과학과 수학 성적 최우등생 중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점을 들고 이는 남녀 성간 선천적 차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미 전국의 저명 학자 50명 가운데 매사추세츠주 공과대 낸시홉킨스 생물학 교수는 서머스 총장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해버리는등 일부 참석자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하버드대 출신인 홉킨스 교수는 보스턴 글로브지에 "거의 기절하거나 토할 뻔했다"며 "(하버드대의) 똑똑하고 젊은 여자들이 그런 생각을 가진 남자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니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홉킨스 교수는 남녀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전혀 있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 시험장에 남학생 수가 적을수록 여성의 수학시험 성적이 오른다는 연구도 있는 등 사회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는 증거가 많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서머스 총장은 취임이래 지난 3년 동안 하버드대 고위보직을 받는 여성이 매년줄어들고 있는 점 때문에 이미 남녀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서버스 총장은 그러나 보스턴 글로브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문제발언이 자신의견해를 밝힌 게 아니라 회의에서 논의된 연구 결과에 근거한 가설을 제기한 것일 뿐이라며 "사람들은 남녀 간 성취도 차이를 사회적 요인 때문이라고 믿으려 하지만,이는 더 연구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딸을 어릴 때부터 성 구별이 없도록 키우기 위해 장난감 트럭 2대를 사줬더니 `아빠 트럭' `아기 트럭'이라고 부르며 트럭을 인형 취급한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다른 한 참석자는 "과학과 공학분야 여성 문제에 대해 최고 수준을이룬 학자들이 이미 오전 회의에서 논박한 문제를 잘난 체 계속 얘기했다"고 분을삭이지 못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