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인터뷰) LG생명과학 테크노CEO 양흥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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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생명과학은 국내에서 첫 손에 꼽히는 연구개발(R&D)전문 기업이다.
12년에 걸친 연구끝에 지난 2003년 4월 국내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 부터 신약 승인을 따낸 퀴놀린계 항생제 '팩티브'는 LG생명과학이 일궈낸 대표적 성공 사례로 평가된다.
국내 제약업계의 1백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명실상부한 신약을 개발하는 쾌거를 기록한 것이다.
LG생명과학은 설립이래 R&D분야 한우물을 파오고 있다.
지난해엔 매출 2천1백억원의 4분의1 가량인 5백억원을 R&D분야에 투자했다.
연구개발 인력도 4백명으로 전체 사원 1천여명의 40%선에 이른다.
이같은 투자에 힘입어 LG생명과학은 팩티브 외에도 현재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과 B형 간염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같은 결실을 거둘 수 있게 된 요인으로는 그룹 차원에서의 신약개발 지원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테크노 CEO(최고 경영자)인 양흥준 사장(59)이다.
양 사장은 팩티브의 신약 승인이 보류되고 제휴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사로부터 공동개발 포기를 통보받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팩티브의 가능성을 믿고 개발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신약 개발이란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감한 R&D 투자로 국내 회사도 신약을 개발해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인 셈이다.
새해 들어 또 다른 신약 개발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양 사장을 서울 여의도 LG생명과학 집무실에서 만나봤다.
"제약회사의 장기적인 경쟁력은 결국 신약 개발에서만 나올 수 있습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지 않고 적어도 10년 후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습니다."
양 사장은 R&D를 통한 신약 개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 첫번째 작품으로 서방형 인간성장호르몬 주사제 'LB03002'를 꼽았다.
그는 세계 최초로 개발한 LB03002의 임상2상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임상3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LB03002는 환자들이 매일 맞아야 하는 기존 주사제와는 달리 1회 주사로 인체 내에서 1주일 동안 약효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는 또 B형간염 치료제인 'LB80380'와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B형간염 등을 동시에 예방할 수 있는 혼합백신 'DTaP-HepB'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하고 있다.
경구용 항응혈제 'LB30870'의 경우 전임상시험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밖에도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도 개발하고 있다.
7∼8개의 신약 파이프 라인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R&D에서의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매출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팩티브가 미국에서 첫 발매되고 고혈압 치료제 '자니딥',왜소증 치료제 '유트로핀',B형간염 백신 '유박스' 등 주요 품목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엔 2003년에 비해 19.3%나 늘어난 2천1백36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양 사장은 "올 매출 목표를 2천3백억원으로 잡았으며,수출도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6백50억원을 달성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팩티브의 미국 내 마케팅을 강화하고 유럽,남미 등지로의 수출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해 선보인 관절염 치료제 '히루안 플러스'의 매출을 크게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2010년까지 매출 7억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장기목표를 제시했다.
양 사장은 또 다른 포부가 있다.
'한국의 생명과학 역사를 LG생명과학이 써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원들에게 늘 "LG생명과학이 한국의 생명과학 역사를 이끌어 가도록 하자"고 당부한다.
그는 "우리나라 생명과학의 역량은 결코 외국에 뒤지지 않는다"며 "가을걷이를 위해 봄에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묵묵히 투자해나간다면 세계 정상에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사장은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후 78년 LG생명과학의 전신인 ㈜럭키연구소에 연구원으로 인연을 맺었다.
LG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서 이름을 날리기도 했다.
고분자 수지의 하나인 폴리부틸렌 텔레프탈레이트(PBT)를 국내 최초로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만 해도 PBT를 생산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등 3개국에 불과했다.
그는 또 국화에서 인체에 무해한 성분인 '피레스로이드'를 추출해 살충제를 만들기도 했다.
양 사장은 생명과학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89년 워싱턴대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귀국,LG화학에서 다시 연구원으로 연구에 몰두했다.
기술전략 담당과 생명과학사업 본부장 등을 거치면서 R&D 관련 업무를 총괄하기도 했다.
2002년 8월 LG생명과학이 LGCI에서 분리돼 새롭게 출범하면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연구원 출신 테크노 CEO로서 LG생명과학을 국내 R&D 간판기업으로 키워내는 데 일등 공신 역할을 해낸 것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