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적 보수냐, 중도 보수냐, 원조보수냐" 제2기 박근혜(朴槿惠) 대표체제 출범 및 당 쇄신작업 추진을 계기로 한나라당내부에서 노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당내 각 모임들이 내달 초까지 각각 별도 모임을 갖고 당운영 및 개혁, 정국현안 대처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어서 그동안 개혁에서부터 수구보수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했던 한나라당 내부노선이 어떻게 정리될 지 주목된다. 한나라당은 오는 20일 의원총회에 이어 내달 초 의원연찬회를 열고 당 노선에대해 난상토론을 벌이기로 해 각 세력간 및 논객들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일단 당내에선 한나라당의 모태가 `보수정당'이라는 데 대해선 큰 이견이 없다. 중도성향의 의원모임인 `국민생각'은 17일 제주도에서 합숙토론회를 갖고 당의정체성을 `중도보수'로 하고 이런 성향의 세력들이 당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맹형규(孟亨奎) 회장은 "수구, 극우파들도 나름대로 애국심을 갖고 있지만 대선승리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도쪽에 있는 사람을 흡수하려면 이 분들이 자제해야한다"면서 "젊은 소장파들도 인기영합주의나 인신공격적 얘기, 감정적 대립은 자제해야 한다"고 당내 양 극단을 싸잡아 비판했다. 개혁 성향 소장파 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이하 수요모임)'이나 재야 운동권출신이 많아 민주화세력을 자처하는 `국가발전연구회(이하 발전연)'는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고 있다. `수요모임'의 대표주자격인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17일 당직사퇴의사를 철회하면서 "정기국회에서 개인적으로나, 당으로나 그렇지 못했는데, 좀 더 힘을 내서 당의 개혁적 중도보수화에 몸을 싣는 것이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박 대표 체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였던 발전연도 오는 29일부터 내달 1일까지 장보고의 발자취를 따라 남해안과 일본을 방문하며 자체 토론회를 갖고 `개혁적 보수정당화 추진'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그동안 박 대표 체제에 대한 입장이나 정국 대응 등을 둘러싸고 감정적 대립 양상까지 보였던 수요모임과 발전연이 최근 당의 노선에 대해선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유포럼 등 당내 보수 성향의 의원들은 "보수정당답게 보수성을 분명히 확립해야 한다"면서 보수세력대결집을 주장하고 있다. 영남 출신 중진인 이상배(李相培) 의원은 한나라당의 최우선 과제로 "제1야당으로서 범보수세력을 결집해 내는 일"이라면서 "민주당, 자민련, 뉴라이트, 나라를 지키고 1만달러 성장을 위해 일한 세력을 영입하고 끌어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에선 정책위의장에 내정된 박세일(朴世逸) 의원이 일찍부터 한나라당의 이념적 지향으로 `중도보수'를 선언한 바 있어 정서적인 면에서 `국민생각'과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작년 연말 4대 입법 협상과정에서 박 대표와 이견을 드러낸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16일 아프리카 방문을 마친 뒤 귀국 일성으로 "한나라당은 개혁적 중도보수로 나가야 한다"고 말해 `수요모임'과 호흡을 같이 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박 대표는 17대 총선 직후엔 당의 정체성에 대해 `보수(補修)하는 보수'라고 언급한 바 있으나 4대입법 협상과정에선 `원칙'을 강조, 당내외로부터 `보수강경 회귀'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할 지 관심의 대상이다. (서울=연합뉴스) 김병수기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