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이 기획·제작한 베르디 원작 오페라 '가면 무도회'가 오는 25일부터 29일까지(27일은 공연 없음)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다.


'가면 무도회'는 1792년 스웨덴 왕 구스타프 3세가 측근인 요한 앙카스트롬 백작에 의해 권총으로 살해된 사건을 소재로 한 베르디의 대표작.정치적 암투,우정,사랑과 배신 등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정열적인 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방대한 스케일 때문에 자주 공연되지는 않는 작품이다.


국왕의 암살 사건을 다뤘다는 이유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했던 이 작품은 배경을 스웨덴에서 미국 보스턴으로,왕을 보스턴 총독으로 바꾼 후에야 1859년 로마 아폴로극장에서 초연됐다.


많은 오페라들이 프리마돈나(여주인공) 위주로 꾸며진 데 비해 '가면 무도회'는 남자인 테너가 오페라를 주도하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점이 특징이다.


작품 속 10여개의 유명 아리아 중 절반 정도가 테너에게 집중돼 있을 정도다.


세계적 명테너인 카를로 베르곤지나,루치아노 파바로티,플라시도 도밍고가 가장 좋아하는 역으로 '가면 무도회'의 주인공인 리카르도를 꼽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정의근과 체자레 카타니가 리카르도 역을 맡는다.


정의근은 20번 넘게 리카르도 역을 소화해 리카르도 전문배우로도 불린다.


최근 가진 기자회견에서 정씨는 "무대에 설 때마다 남자 프리마돈나가 되는 느낌이다.


기술적으로 힘든 점이 적지 않지만 할수록 더 해보고 싶은 매력적인 역할"이라고 말했다.


리카르도의 상대인 아멜리아 역에는 소프라노 조경화와 가브리엘라 모리지가 더블 캐스팅됐으며 리카르도의 친구이자 비서관인 레나토 역에는 바리톤 강형규가 낙점됐다.


2001년 '가면 무도회'를 연출했던 이소영씨가 이번에도 연출을 맡았다.


이씨는 "2001년 '가면 무도회' 첫날 공연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연습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팀원간 호흡이 워낙 잘 맞아 2001년 못지않은 걸작이 나올 것 같다"고 밝혔다.


31세의 젊은 천재 작곡가 오타비오 마리노가 지휘하며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부천시립합창단이 협연한다.


(02)580-1300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