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규제개혁종합계획이 국무회의에서 확정됐다고 하지만 이런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솔직히 기대보다는 답답함이 앞선다. 그동안 규제철폐는 하루가 시급한데도 그 속도는 더디기만 했고 정말 피부에 와닿는 것은 아예 손도 대지 못해왔던 까닭이다. 이번에는 과연 기대해도 좋을 것인가. 과거 규제철폐가 형식에 그치고 말았다는 것은 정부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다수 부처가 관련되고 규제개혁 파급효과가 큰 덩어리 규제는 분기별로 8∼10개를 선정하여 개선하겠다든지 현재 등록된 부처별 개별규제 7천9백건 중 1천여건은 상반기에 집중 정비키로 한 것은 기업이나 국민 등이 규제개혁 성과를 피부로 느끼도록 하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어떤 규제를 철폐할 것인가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다. 정부가 분기별로 규제개혁 대상분야를 적시해 놨지만 분야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에 반(反)하는 규제라면 과감하게 정리한다는 각오를 해야만 비로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이것은 정치권이 반발해서 안되고,저것은 개혁이념에 반해서 안된다는 식으로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다간 정작 핵심규제는 다 빠져나가고 결국 흉내만 내는 꼴이 될 게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출자총액제한제와 같은 규제가 그런 대표적인 사례다. 지금까지의 규제개혁은 바로 그 때문에 겉돌았다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이다. 정부 스스로 말하듯 경제활성화를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한다면 그런 전철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안된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천의지다. 따지고 보면 규제개혁이 더딘 것은 철폐돼야 할 규제가 무엇인지를 몰라서가 아니었다.서비스업 관련 규제만 해도 그렇다. 골프장 건설규제는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며,또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 분야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개방과 경쟁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는 점 역시 수도 없이 지적됐다. 그럼에도 진척이 없었던 것은 구호에 그치거나 이해관계자들에게 밀린 탓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개선이 확정된 규제에 대해선 후속조치를 6개월 이내에 완료토록 한 것은 잘 한 일이다. 하지만 자율규제 총량제 실시 등 앞으로 부처 자율적으로 규제개혁을 추진토록 하겠다는 것은 되레 규제개혁을 후퇴시키는 꼴이 될 우려도 있다. 규제개혁 추진의지가 흔들린다는 인상을 줘선 결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