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용근 글로벌리서치 대표 ykji@globalri.co.kr > 지난해 말 송년회를 대신해 직원들과 함께 시각장애인 양로원을 방문했다. 우린 미리 할머니 할아버지를 위해 정성스럽게 선물을 준비했다. 1천원짜리 새 지폐 5장을 흰 봉투에 담았고 과자와 떡,음료수,빵 등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좋아하실 만한 먹거리를 꾸러미로 만들었다. 직원들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경리팀은 은행에서 새돈을 바꿔오고,관리팀은 떡을 맞춰오고,연구팀은 과자를,전산팀은 빵을 사고…. 함께 준비하면서 사무실에서는 웃음꽃이 피었다. 회사라는 게 웃음을 찾기 힘든 곳인데 말이다. 아마도 좋은 일을 한다는 마음이 서로 통했나 보다. 우리를 맞이한 분은 맹인 목사님과 사모님이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식사,빨래 등 모든 생활을 도와주고 계신 분들이었다. 우리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몇 분이 앞마당에 나와 계셨다. 앞을 못보고 그동안 어떻게 살아왔을까. 여직원 한 명이 눈물을 글썽였다. 우린 그렇게 양로원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마당에 계신 한 분이 더듬 더듬 건물로 가셔서 손님들이 왔다고 큰 소리로 알렸다. 곧이어 벨이 울리고 갑자기 양로원이 분주해졌다. 직원 대부분이 이런 곳을 방문한 게 처음이었다. 고아원과 달리 양로원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말이 그리운 분들이었다. 우린 선물을 들고 2명씩 짝을 이뤄 방으로 들어가 선물을 나눠드렸다. 고맙다고 연신 우리의 손을 잡아 주신다. 어느 회사 사람들인지도 묻지 않으신다. 그냥 자신의 생활,그동안 어떻게 살아왔는지 하염없이 이야기를 꺼내신다. 직원들이 감동을 받았나보다. 그 분들의 삶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해졌다. 양로원에 들어설 때 울었던 여직원은 숨어서 계속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 함께 지내고 맹인 목사님 부부의 배웅을 받으면서 양로원을 나왔다. 몇 분이 문 앞까지 나와 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드셨다. 오는 길,각자 아무런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많은 것을 마음에 담아 올 수 있었다. 쉽게 마음을 주기 어려운 시대에 사는 우리이기에 더 값비싼 경험이었는지 모른다. 모두가 살기 어렵고 기업하기도 어렵다고 하는데 이럴수록 서로에게 마음을 주고 사랑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