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영은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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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소설가 서영은씨(62)가 산문집 '일곱 빛깔의 위안'(나무생각)을 펴냈다.
남편이었던 고(故) 김동리 선생(1913∼1995)과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한 남자를 사랑했네' 이후 11년만에 펴내는 산문집이다.
이 책에는 대를 잇지 못한 아내와 헤어진 뒤 자신의 어머니와 재혼한 아버지 이야기를 비롯해 문학에 입문하게 된 과정,김동리 선생과의 운명적인 만남과 결혼,평생 천착해 온 삶의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나름대로의 결론 등이 가감없이 실려 있다.
"1967년에 김동리를 만났다. 내 나이 스물네살 때였다. 그 분은 나더러 패랭이꽃 같다고 말했다. 나는 그때 그 말씀이 단순히 나의 어떤 이미지에서 오는 비유인 줄로만 알고 좀 떨떠름했다. '백합이나 장미 같은 꽃도 있는데,왜 하필 패랭이꽃이람' 했던 것이 내 속마음이었다"('패랭이꽃' 중)
이 글은 서씨가 1968년 '사상계'로 등단하기 1년 전의 상황을 그린 것으로 풋풋한 20대의 예비 작가가 당시 한국 문단을 이끌던 중진 작가와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책의 중심은 남편과의 사별 후 아픔과 상처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황 끝에 결국 자기 자신과 온전히 대면하는 과정에 있다.
작가는 "지난 10여년간 사람이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을 겪었다. 삶의 상처에 지쳤고 도망치고 싶었다. 삶은 언제나 우리에게 덫과 함정을 드리운다. 여기에 빠지면 누구나 도망치고 싶겠지만 이는 해결책이 아니다. 어떻게든 치러내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문이 열린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부족한 것,부끄러운 것,감추고 싶었던 부분까지 나의 삶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자기애를 버려야 위안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책에는 서양화가 김보현 화백(88)의 그림 27점도 함께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