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ㆍ소재가 경쟁력이다] <中> 겉도는 지원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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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소재 산업 육성은 한국경제가 '기술 속국'이란 오명에서 벗어나 '고용있는' 성장경제 궤도에 다시금 올라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그러나 이같은 '명분'을 살리기 위한 주변 여건은 불모지나 다름없다.
기술인력 구조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공고 7만명,전문대 8만명,공과대 7만명 등 기술인력 공급 규모는 연간 22만명 수준으로 공급 자원은 풍부한데도 실제로 중소기업 현장의 기술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2004년 기협중앙회)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부품·소재업체들은 5만8천명 정도의 기술인력이 부족하다.
이는 인력의 수요 공급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탓이다.
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온 고급 인력은 일할 만한 부품·소재 기업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고,기업은 고급 인력을 채용할 만한 여력이 없다며 서로 외면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엇박자' 속에서 우수 인력이 대만 중국 등 경쟁국으로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은 거대자본을 무기로 기술인력은 물론 공장라인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어 부품·소재산업의 출구가 막히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게다가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부품·소재기업을 끌어줘야 하는 대기업은 납품단가를 과다 인하거나 기술자료 등 영업비밀 자료를 요구하는 등 불합리한 상거래 관행으로 중소기업의 성장 기반을 잠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소기업들은 기술개발보다는 인맥영업에 매달려 판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
'산·학·연' 네트워크도 내실있게 운영되는 사례가 많지않다.
현재 핵심부품 국산화율은 55.4%로 일본의 94.8%에 훨씬 못미친다.
수출 효자 상품인 LCD 모니터의 핵심 부품인 편광판은 30%,액정재료는 10%로 국산화율이 낮다.
또 디지털카메라는 50%,VCR는 60%로 국산화율이 낮아 핵심부품을 일본 등 기술선진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내 완성품 메이저들은 외국에서 핵심부품을 비싸게 사와 완제품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물고기(제품 판매)를 잡아 전부 어부(외국사)에게 되돌려주는 '가마우지형' 산업구조가 되고 있다.
정부가 총론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각론을 생각할 때다.
우선 외국에서 공부하고 온 석·박사급 이상의 우수 두뇌를 붙잡아 놓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특허기술을 개발하는 엔지니어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공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대학등록금 지원 등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기업 사규로 만들어야 하지만 정부가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
장지종 기협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연구개발 중소기업에 병역특례 등 각종 지원책이 제공돼야 한다"며 기술개발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조했다.
사업 초기 제품에 대한 대기업의 '특별한' 관심도 필요하다.
한기윤 중소기업연구원 전문위원은 "부품 수입 대기업은 시장 규모를 분석하고 시장성 있는 부품소재에 대해 중소기업과 함께 개발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전자 등 각 분야 부품소재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마대열 티에스엠텍 사장은 "기술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산업분야에서 핵심기술을 보유하는 것이 절대적"이라며 "중소기업 기술개발을 위한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등 토양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