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반갑다,논리야''철학은 내 친구'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위기철이 첫 단편소설집 '껌'(청년사)을 펴냈다. '아홉살 인생'이 아홉살 소년의 눈을 통해 동화적 분위기의 잔잔한 감동을 준다면 '껌'은 좀더 직설적으로 소외받는 사람들의 삶과 고단함,힘겨움을 그려냈다. 상처를 안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다뤘지만 이야기들은 어둡지 않다. 냉소적이지만 따스하고,재미있으면서도 아프고,진지하면서도 웃음 짓게 한다. 표제작 '껌'은 신탁회사 투자상담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봉급생활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감을 확인하기 위해 껌을 멀리 뱉는 일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독특한 작품이다. 껌 뱉기는 그가 자기 존재감을 확인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의 입장에서는 막대기로 공을 쳐 조그만 구멍에 넣는 골프나 껌 멀리 뱉기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다만 전자에는 그럴 듯한 명분과 사회적 인정과 상금이 걸려 있고 껌 뱉기에는 그런 것들이 없을 뿐이다. '잊음이 쉬운 머리를 위하여'는 시대적 불행을 이기지 못해 자살하는 사람을 다뤘고 '돌'은 1980년대를 농락하는 사람들에게 돌팔매질을 하던 주인공이 마지막에는 스스로를 응징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하는 역설적인 작품이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