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갖가지 유별난 직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접시의 강도를 시험하기 위해 하루 종일 접시를 깨뜨리는가 하면,벼룩에게 서커스를 시키기 위해 그 옷을 전문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침대요 위를 걸어다니며 부드러움을 조사하는 매트리스워커,지하철 등지의 광고판에 그려진 미인화에 장난삼아 그려진 수염을 없애는 수염닦이도 어엿한 직업인이다. 이처럼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맡은 일에서 보람과 긍지를 찾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흐뭇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는 직업에 대한 애착이 훨씬 덜한 것 같다. 귀찮아하고 혐오하기까지 한다. 제2의 인생이라고 하는 직업을 갖고서 자기계발을 하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고자 하는 일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하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호에서 이러한 현상을 심층 보도했다. 20대 후반이 되도록 직장없이 떠돌며 부모품에 빌붙어 생활하는 젊은이들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를 '트윅스터(twixter)'라 호칭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윅스터는 이도 저도 아닌 '사이에 낀 세대'라는 뜻으로 라틴어(betwixt)에서 따왔다고 한다. 무위도식하는 20대들을 호칭하는 용어들도 다양하다. 캐나다에서는 직업없이 떠돌다 부모집에 돌아와 생활한다 해서 부메랑 키즈(boomerang kids),독일에서는 둥지에 웅크리고 있다는 뜻의 네스트호커(nesthocker),영국에서는 부모곁으로 돌아와 할일없이 기대 사는 자녀를 키퍼스(kippers)라 부르고 있다. 돈이 떨어졌을 때만 임시직으로 일하고 정식취직을 기피하는 일본의 프리터(freeter)도 같은 족속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부모에게 생계를 의지하는 캥거루족이나 일부러 대학졸업을 늦추는 모라토리엄족이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직업을 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핑계가 있긴 하나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장성했는데도 아이같이 행동하면서 어른이기를 거부하는 피터팬들이 늘어나는 한,활기찬 자신들의 삶과 장밋빛 국가 장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