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후사상 최대인 고베대지진이 발생한지 지난 17일로 만 10년이 됐다. 1995년 1월17일 새벽 5시46분 고베 일원을 뒤흔든 대지진은 6천4백33명의 사망자를 냈다. 지진의 진원진인 아와지섬 북쪽에 '호쿠단초 지진재해 기념공원'이 조성된 건 지난 99년의 일이다. 단층현상으로 땅이 갈라지면서 끊어진 도로와 무너진 집들이 고스란히 보존돼있는 세계유일의 지진 박물관으로,당시의 처참한 모습을 되새겨볼 수 있게 돼 있다. "지진을 겪으면서 가족과 인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인간이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도 알게 됐다"며 졸지에 부모을 잃은 자신을 도와준 이웃에게 고마움을 토로한 한 초등학생의 일기장도 눈에 띈다. 10년이 지난 현재 고베 시내에는 당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언론을 통해 대지진의 상징으로 소개됐던 붕괴된 고베~오사카간 고속도로는 세계최고의 내진기술로 완전 복구됐고,건물들도 더 튼튼하게 세워졌다. 그러나 고베 시민들은 10년의 세월에도 가족을 잃은 아픔이 여전한 모습이었다.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이 안치됐던 고베 시청에는 이날도 시민 8만여명의 추모행렬이 이어졌다. 저녁 추모행사에는 지진 희생자를 기리는 6천4백33개의 촛불이 켜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했다. 희생자 위패 중에는 '김??''박??' 등 한국인 이름도 많았다. 고베시는 지진 10주년을 계기로 추모행사 외에 다양한 국제행사도 함께 준비했다. 호쿠단초 기념공원에서는 1주일간 일정으로 국제 지진 학술 심포지엄이 마련됐다. 또 고베시내 한 호텔에서는 유엔이 주최하는 세계방재회의가 열려, 전세계 1백여개국의 전문가 8백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가타 사다코 일본 국제협력기구(JICA) 이사장은 "자연재해를 없애기는 어렵지만 예방하면 줄일수 있다"며 "자연재해 다발국인 일본이 앞선 기술로 재해예방의 리더십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다 고베 시장도 "인간이 자연재해를 극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베시가 보여줬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진의 나라' 일본은 고베대지진을 '재해예방 선진국'임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로 바꿔놓았다. 고베=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