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 10명중 5명(54.8%)은 집에서 임종을 맞고 싶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57.4%는 '편안한 죽음'을 도와주는 '호스피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호스피스 기관은 인구수에 견주어 그 충족율이 많게 잡아야 30%에 불과하며 그나마 서울 경기 부산 등 특정지역에 집중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호스피스 수요가 가장 높은 말기암 환자의 경우 한해 사망자 6만4천명 중 불과 5.1%(3천2백66명)만이 호스피스 기관을 이용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를 중심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하는 대신 고통을 덜고 품위있는 죽음을 도와주는 호스피스ㆍ완화의료 서비스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립암센터는 18일 보건복지부 후원으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호스피스·완화의료 제도화 방안'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 및 국내 호스피스 실태를 토대로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이를 위한 특별법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호스피스란 말기암 등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통증 치료로 고통을 덜어 주고 죽음에 직면한 공포를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의료 서비스. 암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6만명 이상이 암으로 사망한다. 말기암 환자는 병원에서 임종을 맞는 경우가 10년 전 10% 안팎이었던데 비해 지난해에는 50%까지 늘었다. 병원에서 임종을 맞을 경우 산소마스크 등 여러가지 연명치료로 인해 환자나 보호자에게 경제적 심리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이와 관련,매년 3만여가구가 저축의 대부분을 치료비로 소모하며 1만여가구는 치료비용 때문에 싼 집으로 이사를 한다는 게 암센터 측의 추정이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삶의질향상 연구 과장은 "호스피스 서비스는 환자의 고통을 덜고 품위있는 죽음을 돕는 한편 가족의 경제적 부담을 덜고 사회적 비용까지 절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임종 전 1년 동안 지출되는 의료비의 약 50%가 임종 전 2개월에 집중되는데 마지막 1개월 간의 의료비를 견주면 호스피스를 이용한 환자가 비호스피스 환자에 비해 그 비용이 약 46.5%까지 절감됐다는 것. 윤석준 고려대 교수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볼 때 국내 의료서비스 중 말기암 환자처럼 오랜 시간을 누워서 투병하는 단계에 있는 환자들에 대한 시설 준비가 가장 부족하다"며 "핵가족화 등으로 가족 수발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종의 고통을 덜어줄 호스피스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