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서 1월 1일부터 현금 지원으로바뀐 개정 연금법에 대한 항의 시위가 계속되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섰다. 이번 시위 사태로 내각 해산까지 거론되자 푸틴 대통령은 지난 17일 이와 관련한 첫 내각 회의를 개최하기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현금 보조를 월 200루블(약 7달러) 인상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현금 지원으로 바꾼 연금법은 강행할 것임을 강조했다. 러시아 정부는 등급에 따라 월 800루블(28달러)~3천500루블(125달러)의 현금을지급키로 했던데서 시위가 확산되자 오는 4월부터 100루블씩 올리기로 했지만 푸틴대통령은 200루블 인상안을 3월로 앞당겨 실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미하일 주라보프 보건사회부 장관은 오는 3월부터 240루블을 인상하겠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내각 회의를 주재하면서 러시아의 고질적인 무료 혜택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그는 시위가 격화된 것이 내각과 지방 주지사들이 정책 집행에 실패했기 때문이며 사태의 근원으로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도 감추지 않았다. 그는 옐친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 정부 자금이 고갈되는 상황에서 무료 사회보장 혜택을 받는 사람들을 급격히 늘린 것이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전 국민의 절반 가량이 정부로부터 한두가지 무상 혜택을 받게 됐고 이로 인해 정부는 경제 운용의 효율성을 상실했다면서 전(前) 정권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개정 연금법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재 현금 지원으로 바뀐 연금법의 적용 대상은 러시아 전체 인구 1억4천400만명 가운데 4천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 의료, 주거(전기, 수도) 등에서 무료 혜택을 받아온 사람들이 많은만큼 당장 기존 혜택을 잃는데 대해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200루블을 인상하겠다고 밝혔지만 이것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완전한 보상을 받을 때까지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공산당은 조만간 정부에 대한 불신임안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으며 극우 정당인 조국당도 미하일 프라드코프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에서조차 프라드코프 총리의 사임을 거론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대신해 그가 '희생양'이 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특히 '지방 당국들이 법안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주지사들은 "연방 보조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내각과 의원들은 지방 사정을 살피지 않고 크렘린의 지시에 형식적으로 승인했다"면서 중앙-지방간 반목도 커지고 있다. 푸틴 대통령의 고향인 페테르부르크에서는 우크라이나 민중 혁명을 상징하는 '오렌지색' 텐트촌이 세워졌으며 이르쿠츠크, 하바로프스크 등 극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시위 물결은 거세지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김병호 특파원 jerom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