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삼성의 임원 인사를 정점으로 주요 대기업의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가 대부분 마무리됐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한 주요 기업들은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철저히 적용,대대적인 승진 잔치를 벌였다.
올해 인사에서는 특히 해외파와 이공계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이와 함께 오너 2,3세들이 전진배치됐으며 세대교체도 가속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해외파·이공계 출신 중용=삼성을 비롯한 주요 그룹 인사에서 해외파들이 사실상 승진을 휩쓸었다.
해외파들은 내수 침체로 실적이 부진했던 국내 부문과 달리 약진하는 양상을 보였다.
삼성에서는 북미총괄 오동진 부사장과 구주전략본부 양해경 부사장 등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사장 승진자 3명 중 2명이 해외파에서 나왔다.
LG전자에서도 인도법인장 김광로 부사장과 안명규 북미총괄 부사장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사장 승진자가 모두 해외파로 채워졌다.
현대차도 베이징현대차 노재만 총경리(법인장)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해외파들이 약진한 것은 대기업의 '글로벌 경영'이 확산된 데다 실적을 중시하는 '성과주의'가 기업 인사의 핵심 원칙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의 기술경쟁력을 좌우하는 이공계 출신의 약진도 눈길을 끌었다.
LG전자는 연말 인사에서 15명의 연구원을 상무급 연구위원으로 승진시켰다.
LG화학도 LG화학기술연구원장을 부사장으로,연구원 2명을 상무급으로 진급시켰다.
현대·기아차와 LG필립스LCD 등도 공장장 출신과 엔지니어 출신 10여명을 요직에 배치했다.
◆오너 2,3세 전진배치=올해 인사에서는 경영수업을 받아온 오너 2,3세들이 부상한 것도 또 하나의 특징이다.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이맹희씨의 장녀이자 이재현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씨(46)를 CJ엔터테인먼트,CJ CGV,CJ 미디어 및 CJ아메리카 담당 부회장으로 경영 일선에 전격 배치,신성장사업 부문을 사실상 총괄하는 역할을 맡겼다.
LS그룹(LG전선그룹)에서는 구평회 E1(옛 LG칼텍스가스) 명예회장의 3남인 구자균 고려대 교수가 LG산전 부사장으로 선임돼 '자'(滋)자 항렬의 2세 경영체제가 구축됐다.
이와 함께 구두회 극동도시가스 명예회장의 외아들 구자은 LG전선 이사도 상무로 한 단계 승진했다.
한일시멘트 그룹도 지난해 말 임원인사에서 허정섭 명예회장의 장남인 허기호 한일시멘트 부사장(39)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켜 허 명예회장의 동생인 허동섭 회장과의 공동 경영체제를 구축했다.
◆세대교체·구조조정 가속화=젊은 인재들의 약진에 따라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한화는 상무급 임원을 전격적으로 계열사 대표로 기용하는 등 서열 파괴와 세대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40대인 최웅진 미주법인장을 구조조정본부장에 기용한 것은 신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파격적 인사였다.
이 결과 임원들의 평균 연령은 10년 가까이 낮아졌다.
세대교체 바람을 타고 30대 후반∼40대 초·중반의 젊은 임원들도 속속 배출됐다.
LG전자의 경우 30대 임원 2명이 탄생했다.
대한항공도 신규 임원 21명 중 약 60%인 12명을 40대로 채웠다.
코오롱그룹은 전체 임원의 27%인 34명을 무더기로 해임하면서 부회장 3명을 함께 퇴진시키는 구조조정 성격의 인사를 단행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