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붙는 세계 자원전쟁] <13ㆍ끝> 無자원국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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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프랑스처럼 스스로 개발한 원유의 비율을 높이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이저 기업의 육성이 필요합니다."
프랑스 최대 에너지기업인 토탈(TOTAL)의 장 마크 오장스키 가스·전력담당 수석부사장은 "최근 고유가 추세에 대비하기 위해선 에너지 탐사에서 개발 수송 판매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일관생산판매 체제를 갖춘 대형 기업을 국가 차원에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의 메이저 또는 각 국가를 대표하는 석유기업의 경우 업스트림 사업(석유·가스 개발)과 다운스트림사업(석유정제·판매 및 석유화학)을 적절히 구성해 리스크를 관리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탈의 모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난 1924년 안정적인 석유 공급원을 확보하기 위해 설립된 프랑스국영석유회사(CFP).이 회사는 꾸준한 발전을 거듭해 지금은 세계 5위의 메이저 에너지그룹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 말 기준으로 총자산만 8백억유로에 육박할 정도며 중동 아프리카 북해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해 관련 제품을 전세계에 판매하고 있다.
토탈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메이저로 클 수 있었던 것은 프랑스 정부의 철저한 지원 덕분.초기엔 패전국 독일이 소유했던 터키 석유회사의 지분 25%를 획득했으며 메이저인 쉘 등과 공동 출자,에너지 공급원을 확보했다.
이라크 이란 알제리 북해 인도 중국 등 세계 각국으로 진출,유전 개발을 서둘렀으며 미국과 이탈리아의 정유회사 등을 인수해 사업 규모를 키웠다.
92년 민영화 방침에 따라 정부 지분율을 31.7%에서 5.4%로 줄인 데 이어 96년 정부 지분율을 0.97%로 축소했다.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국영석유회사였던 엘프(ELF)도 2000년 토탈에 흡수합병됐다.
2002년 프랑스 정부는 토탈이 세계 석유메이저들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황금주를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토탈을 완전 민영화시켰다.
오장스키 부사장은 "토탈의 민영화는 보다 자유로운 해외 사업 활동을 촉진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토탈그룹이 생산하는 석유는 프랑스 전체 석유소비량의 70%에 육박한다.
덕분에 프랑스의 원유 자급률은 77%나 된다.
프랑스 토탈그룹처럼 정부의 지원정책에 힘입어 거대 에너지기업으로 발전한 곳으로 이탈리아의 ENI,스페인의 Repsol 등도 있다.
이들 기업도 처음엔 국가 주도의 석유개발 투자촉진 정책에 힘입어 세제 혜택과 배타적인 이권 허용 등을 보장받았다.
90년대 들어 유럽연합(EU) 통합에 따라 국영석유회사에 대한 정부 보조금·우대조치가 폐지되면서 ENI와 Repsol 등도 민영화 절차를 밟았다.
파리=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