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오르는데 코스닥종목이면 뭐든지 사주세요" 19일 서울 삼성증권 명동지점.한 40대 중년여성은 어떤 종목을 원하느냐는 영업사원의 질문에 서슴치않고 "코스닥이면 좋다"고 답했다. 사실 명동 객장안을 꽉 메운 70여명의 투자자들은 하나같이 상기된 표정이었다. 넥타이를 멘 직장인과 주부의 모습도 실로 오랜만에 눈에 띄었다. 객장에 설치된 컴퓨터에서 종목을 검색하던 김장원씨(42·회사원)는 "지난 2000년 코스닥버블 때 큰 손해를 보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분위기가 하도 좋아 들렀다"며 "그때와는 달리 우량 종목이 많은 것 같아 투자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작년 말부터 객장에 나오기 시작했다는 정순희씨(39·주부)는 "지난해 말 코스닥 주식을 조금 샀는데 50% 이상 올랐다"며 "예전에 하도 크게 당해서 조금만 샀었는데 이제는 투자자금을 늘릴 생각"이라고 기대감을 표명했다. 코스닥랠리가 이어지면서 객장을 찾는 개인들의 발걸음이 잦아지고 있다. 박용식 대우증권 관악지점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문의전화조차 뜸했는데 요즘은 하루에도 수십통의 전화가 걸려온다"며 "코스닥 주식을 사도 되느냐,어떤 종목이 좋으냐는 질문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실제 동원증권의 경우 새해 들어 18일까지 새로 개설된 계좌 수는 1천7백86개다. 코스닥에 훈풍이 불기 직전인 작년 11월 7백63개를 이미 1천개나 웃돌았다. 큰 손들도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김선열 삼성증권 아너스클럽 서울 청담지점장은 "올들어서 1백억원 이상의 신규 자금이 들어왔는데 30억원을 맡기고 주식을 사달라는 투자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사모M&A펀드를 운용하는 이글애셋매니지먼트의 김경진 사장은 "작년 12월부터 명동의 일부 큰 자금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코스닥시장은 한 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는 성격이 있어 큰 손들도 본격적인 참여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홍만 대신증권 홍제동지점장은 "신규 계좌 개설도 늘어나지만 휴면상태였던 계좌로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때문에 대부분 증권사들은 기업분석 대상 코스닥 종목을 늘리기 위해 종목을 선정하느라 바쁘다. 박정근 동원증권 리서치팀 소형주(스몰캡)팀장은 "지점과 고객들로부터 종목을 추천해달라는 요구가 밀려들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 한구석엔 아직 불안감이 가시지 않은 것 같다. 시장의 주도주가 설익은 테마주인 데다 과거처럼 단타족들에게 당할까봐 걱정하는 눈치다. 최근 코스닥시장의 하루 매매회전율은 4.7%선으로 이달 초 2.3%보다 크게 높아졌다. 회전율이 1.8%인 거래소시장의 세 배에 가까운 손바뀜이 나타난다는 얘기다. 삼성증권 객장에서 만난 김영진씨(42·회계사)는 "투자하기에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오른 것 같기도 하고,한편으로는 나만 돈 벌 기회를 놓치는 게 아닌가 하는 초조함도 생겨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