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부품·소재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첨단기기에 들어가는 소형모터,실리콘 웨이퍼,반도체,세라믹 필터,청색LED(발광다이오드),광통신용렌즈 등 고기능 부품·소재를 거의 독점으로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한국 일본 대만 등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액정 PDP 유기EL(전자발광소자) 등 평판 디스플레이의 경우 일본이 핵심설비와 부품의 대부분을 납품하고 있다. 편광막 보호 필름 제조장비의 경우 일본기업들이 1백% 생산하고 있으며 액정 및 PDP 관련 설비와 부품은 각각 96%와 94%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일본 전체 수출에서 전자부품·재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4.7%에서 2003년 7.5%로 높아졌다. ◆정부의 그림자 지원=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지원보다는 기업-대학-연구소 등을 연결시켜 연구개발비 등을 지원하는 등 간접지원방식을 취하고 있는게 특징이다. 후쿠오카의 반도체클러스터가 대표적인 예다. 후쿠오카 산업·과학기술진흥재단은 후쿠오카 공항에서 20분 거리에 입주해 있는 부품업체들과 대기업 대학을 클러스터로 엮어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속한 부품업체는 호야 세이코엡슨 제이엠넷 등 LSI(고밀도집적회로)설계분야 등의 1백15개사다. 이들과 소니 NEC 등 대기업 및 10개 대학간 협력을 통해 하나의 칩에서 복수동영상을 압축·확장할 수 있는 MPEG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규제 완화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됐다. 1엔만 있으면 회사를 세울 수 있도록 회사설립규제를 완화했다. 또 연구개발·설비투자시 세 부담을 줄여주는 등 세제개혁을 통해 기업가 정신을 고양시켰다. ◆대기업들의 공동대응=대기업들의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한몫했다. 기업들간 협업도 이같은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일본의 마쓰시타 도시바 히타치 등 3개 기업은 IPS알파테크놀로지라는 벤처회사를 설립,TFT-LCD(초박막액정표시장치)관련 부품에서 등 해외경쟁기업에 공동 대응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성이 낮은 시장보다는 제조노하우 등으로 시장우위를 확보한 주력제품으로 승부를 걸고 후발 기업들이 쉽게 따라 올 수 없도록 첨단 디지털카메라와 같은 신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이들의 전략이다. 부품업체들과도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제품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미리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이밖에 핵심기술 유출을 막고 지식재산권을 강화하는 것도 특징이다. LCD(액정표시화면)TV제조업체인 샤프는 휴대폰 등에 사용되는 시스템액정의 부품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특허출원을 하지 않고 있다. 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