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저격사건 현장의 핵심적인 의혹중 하나는 육영수 여사가 과연 언론 보도대로 문세광의 총에 맞아 절명했는지 여부다. 이런 의혹을 강력히 제기, 주목을 끈 인물은 사건 직후 현장검증을 하고 이후수사본부 요원으로 수사에 참여한 이건우 서울시경 감식계장(99년 10월 작고)이다. 그는 89년 월간 '다리'와의 인터뷰에서 "육 여사는 절대로 문세광 총탄에 죽지 않았으며 이 사건이 숱하게 은폐되고 조작됐다"고 말해 사건이 조작됐음을 입증해줄수 있는 나름대로의 확신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 계장은 "현장검증도 전에 이미 청와대 경호실에서 탄두를 수거해 갔다"며역사적인 사건현장이 제대로 보호되지 못한 점을 한탄하기도 했다. 그는 또 "당일모두 7발이 발사됐는데 탄흔은 6개 밖에 발견되지 않은 점"도 의문으로 제기했다. 그는 "탄흔에 기초할 때 1탄은 오발, 2탄은 연단, 3탄은 태극기, 4탄은 천장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5발 장착의 스미스 웨슨(일명 리벌버) 권총을 사용했고범행 뒤 한 발이 약실에 남아 있어 총4발을 발사한 것으로 수사팀은 결론을 내렸다. 반면 대법원의 사형판결문은 문씨가 발사한 1탄은 오발(자신의 허벅지), 2탄은 연단, 3탄은 불발, 4탄은 육 여사, 5탄은 태극기에 맞았다고 적고 있다. 양측 주장 중 근본적인 차이는 "일치하지 않는 한 발"의 탄착지점으로, 수사 발표는 육 여사가, 이 계장은 천장이 맞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계장은 그러나 "육 여사를 숨지게 한 사람이 누구인지 짐작이 가나 지금은밝힐 수 없다"며 끝내 입을 다문 채 사망함으로써 자신의 문제 제기 이후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각종 의혹들은 끝내 미궁속으로 빠지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 duckhw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