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국가 중앙은행들이 향후 달러가치의 운명을 결정짓는 킹메이커(kingmaker) 역할을 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미래의 달러가치 향방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달러 보유를 계속 늘려온 동아시아 중앙은행들의 외환정책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이같이 보도했다. 한국 중국 일본 등 극동지역 중앙은행들이 달러화 매입 정책을 유지할 경우 달러가치의 추가 하락을 막을 수 있겠지만 외환보유 다변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달러 매각에 나설 경우 달러 약세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동아시아 중앙은행들의 딜레마=JP모건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액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꾸준히 증가,약 3조8천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달러 비중은 3분의 2 이상이다. 특히 지난 98년 이후 늘어난 외환보유액의 80%는 달러에 집중됐다. 아시아 국가들은 자국 통화의 절상을 막고 무역거래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인 달러 매입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현재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70%는 아시아권이 갖게 됐다. 딜레마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 다변화 정책으로 달러를 내다 팔면 달러가치가 더 떨어져 엄청난 환차손을 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세계 최대 외환보유 국가인 일본(8천4백45억달러),중국(6천99억달러) 등이 외환보유 다변화에 나설 경우 손실 규모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약달러로 인한 일본 중앙은행의 손실은 이미 7백80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아시아국,달러비중 점진적 축소=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달러비중 축소에 나서더라도 점진적 방식을 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태국 정부는 지난주 5백억달러의 보유외환 중 달러 비중을 80%에서 50%로 낮췄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홍콩 말레이시아 인도 등도 지난 2년간 달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ABN암로은행의 토니 노필드 외환 담당 국장은 "아시아국들은 달러를 시장에 그냥 내다 파는 능동적 다변화를 가급적 피하고 보유 달러를 이용,다른 통화에 간접투자하는 형태로 달러 비중을 축소할 것"이라며 "올해 전 세계 달러화 외환 비중은 3%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JP모건의 폴 메게시 외환전략가는 "달러가치가 10% 추가 하락하면 아시아권은 국내총생산(GDP)의 2%에 해당하는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중앙은행들은 달러화 편중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변화 정책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달 4∼5일 이틀간 열리는 선진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는 중국과 러시아도 참석할 예정이라며,이 자리에서 G7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해 좀더 융통성 있는 환율정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