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행정구역은 한글은 물론 한자표기가 가능하다. 그러나 정작 나라의 수도인 '서울'만은 예외여서 한글로만 쓰인다. 그렇다고 한밭(대전) 빛고을(광주) 달구벌(대구)처럼 고장에 따라 쓰는 고유어도 아니어서 그동안 서울에 대한 지명을 두고 많은 논란이 있어 왔다. 지난해에는 서지학자 김시한씨가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조선 영조때 편찬한 전통문화 대백과사전인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서 서울의 한자(徐 )를 처음으로 찾아내 발표했다. 그런데 학계에서는 사료의 정통성을 이유로 이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서울이란 말은 어디에서 유래된 것일까. 옛 신라의 이름인 서벌(徐伐)·서라벌(徐倻伐)이 기원이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으나,서울의 의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 초기 도성축조 당시의 일화가 회자되곤 한다. 대신들이 도성의 규모를 정하지 못해 고심하던 중,어느 날 밤새 내린 눈이 줄을 그은 듯 울안과 밖을 확연히 구분시켰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성을 눈울타리 즉 설울(雪城)이라 불렀고 이것이 서울이 되었다는 얘기다. 지금의 서울이라는 명칭은 해방 후 미군정이 도시자치헌장을 만들면서 공식적으로 채택됐다. 일제치하에서는 서울이 경성부(京城府)로 불렸고,그 이전 조선시대의 공식명칭은 한성부(漢城府)였다. 따라서 중국이 서울을 한성(한청)으로 부른 것은 청나라 때부터로 6백년이 넘는다. 중국어의 발음이 달라 고심해 오던 서울시는 엊그제 중국어 공식표기로 ' (서우얼)'을 확정했다. 으뜸가는 뜻을 담고 있으면서 발음이 부드러워 채택했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모양인데 지명만큼은 그 나라의 의견을 존중해 주는 게 세계적인 추세다. 인도의 뭄바이(봄베이) 콜카타(캘커타),카자흐스탄의 알마티(알마아타) 등이 그런 예에 속한다. 서울명칭이 제대로 쓰이기 위해서는 홍보가 관건이다. 중국뿐만이 아니고 동남아 등 중국어문화권 국가들과 세계 각지의 화교들에 대해서도 널리 알려야 할 것이다. 아무리 이름이 좋다한들 사용하지 않는다면 사어(死語)에 다름 아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