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연예인 X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살포되면서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파일에 이름이 거론된 톱스타의 연예기획사에선 벌써 변호사 사무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피해 연예인 개인문제로 끝날 일만도 아니다. 광고모델을 둘러싸고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기업과 다른 광고회사들도 법적대응을 강구하고 있어 이번 문서유출이 그야말로 '쓰나미급' 후폭풍을 몰고 올 조짐이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불감증이다. 검증되지 않은 전단지 수준의 정보가 이처럼 빠르게,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오를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적나라한 사생활이 주관적이고 악의적 잣대로 평가됐고,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백여명 스타를 총망라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사상 최대의 '사이버테러'다. 이를 계기로 모델선정을 둘러싼 광고회사들의 연예인관리 관행도 도마위에 올랐다. 광고회사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보모델이 갖고 있는 '이미지'에 각별한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통상 6개월∼1년여의 계약기간에 불미스런 사생활이 불거질 경우 '말짱 도루묵'이 된다. 거액의 모델료는 차치하고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광고마케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한 광고회사 담당자는 "광고에서 모델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언론사 연예담당 기자 등을 통해 후보모델의 사소한 소문이나 사생활까지 시시콜콜히 조사하는 게 관행"이라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은 사실 업계의 관행이나 애로사항을 들먹이는 게 쑥스러울 정도로 피해와 파장이 크다. 하지만 많게는 수백억원대 광고집행을 책임지고 있는 광고회사가 '풍문' 수준의 저급 정보에 의존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일본 덴쓰 등 세계적 광고회사들은 자체 연예국을 두고 모델이미지를 체계적으로 조사,과학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다. 세계 10위권 광고시장 규모에 걸맞게 우리 업계도 모델이미지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과학적인 모델선정기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손성태 생활경제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