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기업들은 뭔가 달랐다 .. '1위의 패러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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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토리는 일본의 맥주·위스키 회사.주류에서는 앞섰지만 음료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던 이 회사가 20년간 부동의 1위를 달리던 포카리스웨트를 1년만에 추월한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처음엔 스포츠음료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이를 보완한 컨셉트의 신상품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러나 이들은 스포츠음료라는 컨셉트가 근본적으로 어긋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원점에서 재출발했다.
2년간의 분투 끝에 그들은 스포츠음료가 아니라 현대인의 생활을 지켜주는 '신체균형 음료'라는 컨셉트를 내세우며 'DAKARA'를 탄생시켰다.
데뷔 방식도 달랐다.
대부분의 청량음료가 마시는 장면을 내세웠지만 이들은 배설하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결과는 대히트였다.
산토리 사례는 고객의 생각을 파고들어가 암묵적 지식을 추출하고 이를 형식적 지식(표면 컨셉트)과 통합,진정한 자기 컨셉트를 만들어내며 시장을 석권한 창조적 패러다임의 전형이다.
또 하나.
팔리는 차에 중점을 두고 '양'으로 승부하는 도요타에 비해 혼다는 새로운 차를 먼저 개발하며 '질'을 중시한다.
이들은 수평 경쟁이 아니라 '꿈의 실현'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간판 차종 '어코드 왜건'에 집중해 브랜드 가치 1위를 달성했다.
이것은 주행성과 적재성이라는 이율배반적인 명제를 정·반·합의 변증법적 과정으로 해결하고 상대가치보다 절대가치를 중시한 결과다.
신간 '1위의 패러다임'(노나카 이쿠지로·가쓰미 아키라 지음,남상진 옮김,북스넛)은 이처럼 고난 끝에 업계 1위로 올라선 13개 일본 기업을 통해 '1위 기업을 만드는 혁명적 패러다임 10가지'를 찾아냈다.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첨단시스템 개발사 덴소,사업 부문을 정리할 때도 해당 인력을 자르지 않고 다른 사업부에 배치하는 지식확보 전략으로 디지털카메라 시장을 석권한 캐논,세계 첫 완전 컬러 PDP TV를 만든 후지쓰,빛나는 코드 기타로 시장을 평정한 야마하,원심력 세탁건조기의 마쓰시타전기,애니메이션 신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만든 지브리….
이들은 모두 추종자에서 선도자로 바뀐 1등 기업 패러다임의 주인공이다.
10년 불황과 싸우면서도 끊임없는 연구 개발로 1위 상품을 만들어낸 힘.
생존과 성장이라는 이중 과제와 맞붙어 이긴 이들의 사례에서 불황일수록 더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비법을 알 수 있다.
13개의 히트상품 탄생 과정과 승부 포인트,창조적 패러다임이 '창조 루틴'이라는 그림·표로 정리돼 있다.
저자 두 사람은 히토쓰바시대학원 국제기업전략 교수와 경제 저널리스트.
3백42쪽,1만2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