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무슬림(이슬람신자)들의 연례 메카순례(하지)가 큰 사건사고 없이 22일 종료됐다. 올해 하지는 사상 최대규모의 인파가 참여했지만 우려했던 사건사고 없이 끝났다고 사우디 종교당국은 밝혔다. 사우디 당국이 발표한 하지 순례객 수는 256만명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신자들은 순례 마지막 날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메카 대사원에 모여 기도하고카으바 신전의 성석(聖石)을 일곱바퀴 도는 것으로 5일간의 순례 의식을 마쳤다. 순례자들은 이에앞서 메카 인근 미나 계곡에서 `악마의 기둥에 돌 던지기' 의식으로 순례의 대미를 장식했다. 예언자 아브라함과 부인 하갈, 아들 이스마일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악마에게돌을 던졌다는데서 유례한 이 의식은 해마다 집단 압사 사고를 유발했다. 악마의 유혹을 뿌리치고 영혼을 정화하는 의식은 높이 18m의 돌기둥 3개에 사흘간 7개씩의 돌을 던지는 것으로, 가장 위험한 의식으로 지적돼왔다. 3일간의 의식으로 이미 지친 신자들이 돌기둥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 넘어져 압사하는 사고가 빈발했다. 지난해 2월 1일에도 돌 던지기 의식 도중 244명이 숨지고 200여명이 부상했다. 1994년에도 투석 의식을 진행하던 순례자 270여명이 압사했고, 1998년에는 118명이숨지고 180여명이 부상했다. 사우디 당국은 해마다 발생하는 집단 참사를 막기위해 2천800만달러를 들여 미나 계곡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했다. 3개의 돌기둥을 없애고 두꺼운 벽을 세워 과녁을 크게 만들고 폐쇄회로 카메라를 설치해 인파의 이동을 감시하고 분산을 유도했다. 사우디 신문들은 올해 하지 순례자 수가 종전 최고 기록인 2003년의 204만명 보다 무려 50만명이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는 사우디 당국이 각국에 할당하는연간 순례 쿼터에 이미 육박하는 것이라고 신문들은 전했다. 특히 전후(戰後) 내전의 소용돌이에 빠져있는 이라크와 쓰나미로 사상 최악의참사를 겪은 인도네시아 등 남아시아 무슬림들이 대거 참가했다. 순례 장소 주변에는 5만명의 경찰 및 군병력과 7천명의 특수부대 병력이 배치돼만일의 사고와 테러공격에 대비했다. 또 수십대의 앰뷸런스와 응급 구조대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덕분에 순례기간 질병이나 대형 사건은 한건도 발생하지 않았으며 일부 자연사한 신자들이 보고됐을 뿐이라고 당국은 밝혔다. 사우디 당국은 2003년부터 격화하기 시작한 알-카에다 동조세력의 반정부 테러공격 가능성에 바짝 긴장해 왔다. 사우디에서는 이슬람 과격세력의 공격으로 이미 170여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부상했다. 파드 국왕과 압둘라 왕세제는 "테러리즘은 신과 예언자, 무슬림들을 파괴하고이들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하지는 신앙 증언과 예배, 단식, 종교세 납부와 함께 무슬림이 실천해야 할 `신앙의 다섯 가지 기둥' 가운데 하나로 이슬람력 12월초부터 10일 사이에 수행한다. 피부색과 계급의 차이가 없음을 상징하는 흰 옷 차림의 무슬림들은 5일간의 순례 의식을 마치고 23일 오후부터 `감격적인' 귀국길에 오른다. (카이로=연합뉴스) 정광훈 특파원 bar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