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시장의 관심이 급속히 증시로 쏠리고 있다. 올해 국내 경기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한 데도 주가는 계속 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주가는 얼마나 더 오를까. 이 문제를 풀려면 최근 몇년간 뉴욕 월가에서 주가예측 이론으로 각광받고 있는 조지 소로스의 자기암시가설을 토대로 국내 증시의 현 위치와 주가 상승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소로스의 이론을 간단히 소개하면 이렇다. 통상적으로 한 국가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낮게 형성된다. 경기 침체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투자자들은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견해를 보이기 시작한다. 점차 투자심리도 '낙관' 쪽으로 옮겨가면서 주가 상승 속도가 경제여건 개선 속도보다 빨라지는 1차 소(小)상승기를 맞는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주가 상승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면서 '낙관' 쪽으로 몰렸던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흐트러진다. 결국 향후 주가에 대해 낙관론과 비관론이 얽히면서 맴돌이(조정) 국면을 맞게 된다. 경기와 기업실적이 뒤따라오면 투자자들의 심리는 다시 '낙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가 1차 소상승기보다 더 오르는 2차 상승 국면을 맞는다. 이때는 경기가 정점을 지나더라도 일정 기간까지는 각종 위험요인이 주가 흐름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어느 순간 거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동안 '낙관' 쪽으로 쏠렸던 투자자들의 심리가 흐트러지면서 다시 맴돌이 국면을 맞는다. 이때는 금리 인상 등의 위험요인에 대해 투자자들이 과민 반응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와 실적이 뒷받침되면 3차 소상승기를 맞는다. 반대로 경기와 실적 악화가 지속된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관' 쪽으로 쏠리면서 주가는 실제 경제 여건보다 더 떨어지는 과잉 조정 국면에 직면한다. 경기 순환상 현재 국내 경기는 지난해 2분기를 정점으로 하강 국면에 놓여 있는 반면 주가는 상승하고 있다. 소로스의 이론을 적용해 본다면 외형상으로 주가 움직임은 3차 소상승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3차 소상승기에 주가가 계속 오르려면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호전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승세는 수급 여건에서 비롯한 것이다. 기초여건 개선이 없는 상태에서,기업들의 대규모 현금 보유로 주식 공급이 제한된 상태에서 적립식 상품과 연기금의 주식 매입에 힘입어 수요 초과로 빚어진 주가 강세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재테크 생활자들은 시장분위기에 부화뇌동해 주식을 매입하기보다는 경기와 기업실적 개선여부를 예의주시하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현 시점에서 개별 주식을 직접 매입하기보다는 적립식 상품에 가입하는 등의 간접투자를 권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