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시장의 관심이 다시 외국인으로 쏠리고 있다. 외국인이 IT(정보기술)주를 대거 사들이며 강세장을 주도한 뒤 매도세로 돌아서자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된 지난 14일부터 순매수 규모를 늘리며 지수 급등을 이끌었다. 14일부터 3거래일 동안 순매수금액은 6천2백30억원에 달했다. 이같은 대규모 매수세는 지난해 9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19일부터는 다시 매도우위로 전환돼 3일간 2천억원어치 가까이를 순매도했다. 특히 IT주에 대한 거래패턴을 1백80도 바꾸고 있다. 14일부터 3일간 전체 순매수 금액의 절반 이상인 3천4백억원어치를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등 IT 핵심주에 쏟아부었으나 이후에는 이들 종목을 대거 처분하고 나선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이른 시일 내에 대량 순매수로 돌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하지만 기관 및 개인들의 매수세가 강화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단기차익 실현하며 관망 중 안승원 UBS증권 전무(영업담당)는 "외국인의 매도 전환은 '미세조정(Fine tuning)' 정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에 대한 매수 입장은 변함이 없으나 주가 급등으로 지수가 전고점 수준에 이르자 이익 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미국 증시가 연초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전망도 썩 좋은 상황이 아니어서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도 매도 전환의 또 다른 이유"라고 설명했다. 안 전무는 "일부 외국계 펀드는 외국인이 파는데도 지수가 오히려 반등하는 것을 보고 당혹해하는 눈치"라며 "종합주가지수가 전고점을 돌파하면 외국인 입장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 전무(리서치헤드)는 "아시아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 정체상태에 있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담(1월30일),미 연방준비위(FOMC) 회의(2월1∼2일),G7(선진7개국) 회담(2월4∼5일) 등 국제 경제에 영향을 미칠 굵직한 변수들이 대기 중이어서 외국인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윤용철 리먼브러더스 상무(리서치헤드)는 "외국인이 최근 IT주에 대해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지 못하는 것은 글로벌 IT경기 회복을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2월 중순부터 재매수 나설듯 안 전무는 "보통 2월 초까지는 외국계 펀드가 자산을 재분배하는 시기"라며 "아직 전략이나 방향을 정확히 잡지 못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국시장 편입 비중이 확정되고 국내 주식에 대한 포트폴리오 조정이 마무리되는 2월 중순 이후 본격적인 자금 집행에 들어갈 것이란 분석이다. 봉원길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삼성전자 실적 발표 이후 주요 대형 IT주 주가가 10∼15% 단기 급등했기 때문에 외국인들로선 일단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등의 가격 추이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라며 "시장의 기대대로 중국의 춘절(설)효과가 나타날지가 외국인 매수 확대 여부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유가와 환율이 당분간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가능성이 커 급격한 외국인 자금 유출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국내 기관과 개인자금 유입 여부가 지수 향방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