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NHN·엔씨등 인터넷 업계… "사장님은 지금 해외출장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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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요? 한국에 안 계시는데요."
올해 들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사장과는 만남은 커녕 전화통화도 어렵다.
작년말부터 주로 미국이나 일본에 나가 있기 때문이다.
이재웅 사장만이 아니다.
주요 인터넷포털이나 게임업체 사장 중 국내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해외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사장,틈만 나면 나갔다 들어오는 사장,국내 사업에선 아예 손떼고 해외사업만 꼼꼼하게 챙기는 사장도 있다.
코스닥 등록 인터넷업체 사장들의 잦은 외국행보는 회사의 미래가 미국 중국 일본 등 거대 시장개척 여부에 달려있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외국 업체들의 한국시장 공략마저 거세져 해외시장 개척은 절실하다는 것이다.
때마침 국내 코스닥지수가 작년 말 대비 21.11%(380.33→460.62) 급등하는 등 새 바람이 불고 있는 것도 사장들의 외국행을 북돋우고 있다.
투자유치나 제휴 등의 '굿뉴스'를 터뜨린다면 주가를 더욱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비즈니스모델이면 세계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다음의 이재웅 사장은 라이코스의 데이비드 김 대표와 함께 미국에서 라이코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직원을 정리했고 조만간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라이코스를 확 바꿔놓을 예정이다.
일본 인터넷 커뮤니티 시장에서 1위에 오른 '타온'을 독려하고 키우는 것도 이 사장의 몫이다.
잘 마무리지으면 투자자들의 발길도 끌 수 있다.
NHN의 김범수 사장도 마찬가지다.
올해부터 국내 사업은 아예 최휘영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해외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이홍사와 제휴해 설립한 중국 합작법인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기존의 인터넷포털 서비스에 한게임을 접목해 중국 법인을 제2의 NHN으로 키우는 게 그의 목표다.
해외에서 주가급상승의 모멘텀을 찾고 있는 셈이다.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은 지난해 말부터 주요 업무를 미국에서 처리하고 있다.
2002년에 인수한 게임개발사 아레나넷을 통해 올해 선보일 '길드워'를 미국에서 '리니지'에 버금가는 대형 히트 게임으로 키우기 위해서다.
김 사장이 챙겨야 하는 해외 사업장은 한둘이 아니다.
일본 대만 중국 태국에 있는 합작법인도 둘러봐야 하고 미국 영국에 있는 지사도 순방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국내사업은 대부분 5개 사업본부장(부사장)에게 맡겨놓았다.
한빛소프트의 김영만 사장과 나스닥등록을 추진중인 그라비티의 김정률 회장도 해외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국내보다 해외에 머무는 날이 많다.
김 회장은 나스닥 입성을 통해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생각이다.
검색포털 지식발전소의 박석봉 사장 역시 최근 일본에 이어 중국에 진출하면서 수시로 중국을 드나들고 있다.
유현오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도 해외출장이 부쩍 잦아졌다.
상반기 중 일본과 중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기 위해 일본과 중국을 끊임없이 오가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 자사의 싸이월드와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해 경계의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그동안 쌓은 싸이월드 노하우를 내세워 제휴사업 가능성도 타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인터넷 업계의 올해 화두는 해외 진출"이라며 "경쟁력 확보는 물론 살아남기 위해서도 해외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