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형상품의 환매대란은 현실화될 것인가.' 연초 이후 금리급등으로 채권시장의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면서 이같은 우려가 점차 고조되고 있다. 투신권의 채권형펀드와 초단기상품인 MMF(머니마켓펀드)의 환매가 일시에 몰리는 이른바 '펀드 런'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리급등으로 채권형펀드의 손실이 확대되고 있는데다,MMF도 단기물 금리가 동반 급등세를 탈 경우 괴리율(장부가와 시가의 차이)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면서 환매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게 그 이유다. 결론부터 말하면 펀드 런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시나리오에 불과할 뿐 실제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23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올들어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일 현재 투신권 채권형펀드 수탁액은 74조9천50억원으로 작년 말(75조8천8백60억원)보다 9천8백10억원 감소했다. 올들어 하루 6백50억원씩 빠져나간 셈이다. MMF 수탁액은 63조6천7백60억원으로 작년 말(58조7천1백80억원)보다 4조9천5백80억원 증가했지만,지난 20일엔 4천5백90억원이 이탈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작년 한햇동안 21조원 이상 급증했던 채권형펀드가 올들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은 최근 채권금리의 급등(채권값 급락)으로 펀드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결과다. 한국펀드평가사는 연초 1천만원을 채권형펀드에 가입한 고객의 경우 현재 40만∼50만원씩 원금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아직까지 펀드 런 조짐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권경업 대한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현재는 신규자금이 들어오지 않는 가운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형펀드가 재가입되지 않아 펀드 수탁액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모형태로 거액자금을 맡긴 연·기금 등 대형기관은 지금 환매하면 더 큰 손실을 보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환매를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 대형투신사 펀드매니저는 "감독 당국이 MMF의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을 90일 이내로 제한하고있어 단기물 금리가 아무리 오른다해도 MMF의 괴리율이 0.5%까지 확대될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MMF의 경우 평상시 장부가로 평가되지만,급격한 금리 급등락으로 시가평가액이 장부가평가액과 0.5% 이상 차이(괴리율)가 나면 시가평가액으로 전환된다. 또 최근의 금리 상승이 매우 짧은 기간에 진행돼 채권형펀드로부터의 자금이탈을 둔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고3년물 금리가 연4%대에 육박함에 따라 신규 가입자 입장에서는 채권형상품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김형기 삼성투신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은 "채권형펀드 규모 감소는 만기 1년 미만의 단기형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제,"1년 이상 장기형상품은 수익률이 높아져 신규가입이 오히려 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다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콜금리의 추가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는 데다 주식시장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어 채권형펀드 자금의 점진적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