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뺏으려고 '몰래뽕'으로 사장 죽이기..검찰, 동업 부사장 구속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소속회사 사장을 마약사범으로 몰아 회사 경영권을 빼앗으려던 한 중소업체 부사장이 쇠고랑을 차게 됐다.
경기도 안산에서 전자부품 제조업체 A사 부사장으로 근무하던 이모씨(34·구속)가 이른바 '사장 죽이기'에 착수하게 된 동기는 회사 경영을 둘러싼 잦은 마찰 때문. 사장 K씨(41)가 작년 초 동업 이후 직원고용 등 회사경영과 관련해 더 많은 권한을 달라는 자신의 요구를 좀체 받아주지 않았던 것이다.
날이 갈수록 불만이 쌓여온 이씨는 마침내 K씨에게 몰래 마약을 먹여 마약사범으로 구속시켜 경영권을 차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씨는 먼저 지난해 10월20일 후배 L씨(29)를 통해 히로뽕 7.1g을 확보한 뒤 이 중 4.7g을 K씨 승용차 안에 숨겨놓고 나머지는 '몰래뽕'용으로 쓰기 위해 다음날 회식 자리로 가져갔다. 2차 회식장소에서 이씨가 히로뽕 0.05g을 넣어 만든 맥주를 별 생각없이 들이킨 K씨와 여직원 N씨는 다음날 곧바로 이씨 신고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하지만 담당검사가 증거가 부족하다며 K씨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상황은 급반전됐다.
궁지에 몰린 이씨는 더욱 대담한 수법으로 위기를 타개해 나갔다. K씨 집에 몰래 마약을 숨겨놓고 이를 검찰 수사 때 구속시킬 결정적 증거물로 쓰이도록 한다는 2차 작전을 감행한 것. 11월9일 이씨 일당은 우유투입구를 통해 문을 열어 K씨 집에 침입,안방 화장대 밑에 히로뽕 2.3g을 숨기고는 평택 소재 PC방에서 남의 IP로 대검과 경찰청 사이트에 접속해 K씨를 수사하라는 허위신고를 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경재 부장검사)는 먼저 이씨가 K씨 승용차와 집에 숨겨둔 히로뽕 전량을 발견했지만 K씨가 마약전과가 없는 점이나 마약이 담긴 헝겊필통까지 명시된 신고내용이 너무 자세하다는 사실에 착안,허위신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결국 검찰은 휴대폰 위치와 컴퓨터 IP추적을 통해 이씨의 후배 L씨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제보했던 사실을 확인하고 이씨를 집중추궁해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검찰은 23일 이씨와 후배 L씨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및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이들에게 히로뽕을 공급한 일당 추적에 나섰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