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씨 이렇게 살리자] ① 부자들 소비 질시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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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작년말 정례 기자브리핑에서 "부자들이 지갑을 열게 할 수 있는 묘안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고 말했다.
내수회복의 관건인 부자들의 소비촉진 방안을 물은 기자의 질문에 답답한 듯 이렇게 되받았다.
그러나 이 부총리는 이 문제의 맥을 분명히 짚고 있다.
그는 작년 7월말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토로한 적이 있다.
"파리에서 3만달러짜리 보석을 사면 '죽일 X'로 욕 먹는다.
그러나 국내에서 같은 값으로 보석을 사면 더 욕을 먹는다.
돈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소비하게 해야 한다.
부자들이 파리에서 돈을 쓰면 우리에게 아무것도 안 남는다.
하지만 서울에서 살 경우 원석 값 6천달러를 빼면 나머지 2만4천달러가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떨어진다.
그래야 가난한 사람들도 돈 벌 기회를 갖는 것이다."
우리 사회 저변에 깔린 반(反)부자 정서,가진 사람들이 국내에서 떳떳하게 소비할 수 없는 분위기를 안타까워한 대목이다.
실제 최근 몇년간의 소비부진 포인트는 '부자들은 눈치 보느라 안 쓰고,서민들은 없어서 못 쓴다'는 점이다.
이를 풀기 위해선 가진 사람이 먼저 지갑을 열어 쓰고,그 돈이 경제 전체로 돌아 없는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채우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려면 서민·중산층이 부자들의 소비에 대한 막연한 질시부터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명분론적인 '과소비 억제 캠페인'이나 일부 언론의 '부유층 과소비 고발' 등이 과연 무슨 실익이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볼 때란 지적도 있다.
여력 있는 사람들이 국내에서 돈 쓰는 걸 외면하고 지난해 해외에서 골프와 여행 유학 의료서비스 등으로 지출한 돈은 무려 17조원(GDP의 1.8%)에 달했다.
이 중 절반만 국내에서 쓰였어도 작년 성장률이 6% 가까이에 달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부자들이 돈 쓰는 것에 대한 질시의 눈빛이 그들을 해외로 내몰고,그것은 고스란히 국내 경제 손실로 돌아와 서민들을 더 고달프게 한다는 사실은 깊이 되새겨 봄직하다.
국내 소비 촉진을 위해 다가오는 설 명절엔 선물을 주고받는 '미풍양속'을 되살리자는 목소리도 크다.
여기엔 정부도 팔을 걷어붙였다.
박홍수 농림부 장관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소속 회원기업,국영기업체,중앙행정기관 등 3천여개 단체에 우리 농산물을 설 선물로 활용해줄 것을 당부하는 편지를 보냈다.
그는 "우리 농산물로 따뜻한 정을 나눈다면 농업인에게 큰 힘이 될 뿐 아니라 건전한 소비심리 확산과 미풍양속이 유지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이 있다.
소비가 살아나야 생산이 늘고,근로자들의 소득이 올라 다시 소비가 느는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그러려면 여력 있는 사람부터 먼저 돈을 써야 한다.
'부자들의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는 국민적 이해와 인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