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거래 때 파는 사람이 다시 사줄 것을 약속하는 이른바 '환매(還買)조건부 어음매매'는 업계 관행으로 증권업감독규정에 금지돼 있다 하더라도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3부(최은수 부장판사)는 외환은행이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기업어음(CP)에 대한 재매입 약정을 어긴 조흥은행을 상대로 낸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99억8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권업감독규정에서 환매조건부 어음매매를 금지하고 있지만 CP 매매나 재매매는 보통 실무자 간에 유선상 구두로 약정하는 게 업계 관행이므로 이러한 거래의 사법적 효력을 부인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당시는 SK글로벌 분식회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있어 외환은행으로서는 도산 등에 대비해 재매매 약정을 맺을 필요성이 있었던 때"라며 "뿐만 아니라 조흥은행도 원고에게 팩스를 통해 매수용 뿐만 아니라 매도용 CP 매매계산서를 보낸 것으로 미루어 양자 간에 재매매약정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