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만도 中헤이허 '혹한 테스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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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조건에서도 성공적으로 제기능을 발휘해야 실제 주행에서도 운전자의 목숨을 지켜내지 않겠습니까."
영하 30도를 밑도는 중국 최북단의 헤이허(黑河)시 외곽 워뉴후(臥牛湖).국내 자동차 부품전문기업인 만도의 동계 전용 시험장이 들어선 이 곳에선 2006년 이후 상용화될 첨단 제동장치의 테스트가 한창이다.
헤이허시는 헤이룽장(黑龍江.러시아어로는 아무르강)을 사이에 두고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구 20만의 소도시.교통편이라고는 하얼빈에서 12시간 걸리는 기차가 유일한 오지다.
"호수 표면이 2m 이상 얼어 붙을 때까지 기다린 뒤 표면에 쌓인 눈을 3cm 정도 두께로 매끄럽게 깎아야 최적의 실험조건이 완성됩니다."(김동식 수석연구원)
이렇게 만들어진 길이 1천5백m의 스노 트랙에서 운전자가 차량을 시속 1백km까지 가속시킨 뒤 좌우로 60도씩 핸들을 꺾으며 급회전 테스트를 하고 있다.
차체가 두어바퀴 돌면서 코스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지만 테스트 차량은 주행코스를 놓치지 않은채 용케도 제 위치를 찾아간다.
"차량자세 제어장치(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를 장착했기 때문입니다.
회전방향에 따라 바퀴가 자동으로 제어돼 차량이 중심을 잃지 않고 운전자가 의도하는 대로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갑작스럽게 장애물이 나타나거나 커브길을 달릴 때 바퀴의 미끄러짐과 자동차의 회전각도를 자동으로 조절해 사고위험을 줄여주는 장치죠."(윤팔주 전자선행팀장)
바로 옆 주행코스에는 차량 뒷면에 4백kg 무게의 트레일러를 장착한 채 똑같은 방식으로 ESP를 테스트하고 있다.
2007년부터 미국에 판매되는 모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의무장착돼야 하는 전복 방지장치도 실제 주행조건하에서 점검 중이다.
인근 서클트랙에서는 ESP가 장착된 기아차 스포티지가 시속 90km 속도로 반경 1백m의 빙판코스와 스노 코스를 번갈아 수십바퀴씩 돌고 있다.
내구성 테스트다.
도로 상황에 맞게 차체 높이를 4단계로 조절하는 에어서스펜션과 경사 30도의 내리막길에 시속 20km 속도로 차체를 자동제어하는 TCS장치도 인근 내륙 산악코스에서 점검 중이다.
좌우 바퀴의 접착노면을 빙판과 눈길 등으로 각각 달리한 뒤 차체를 쏠림없이 급정거시키는 테스트도 매일 1백회 이상 반복되고 있다.
만도는 헤이허시에 매년 8천만원의 사용료를 내는 조건으로 이 곳을 30년간 장기임대했다.
선행기술 중심의 테스트를 위해서다.
올해는 베이징 연구소 인력을 포함,40명이 이 곳에 파견돼 독자 개발기술에 대한 적응력 테스트에 나섰다.
대상 차량도 16개 차종 58대로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12월 마지막주부터 6주간 일정으로 40여명의 연구원들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혹한지에서 빙판 및 적설 조건을 다양하게 조성,실험함으로써 개발 기술의 실용성을 높일 계획입니다."(김기원 기술총괄 수석부사장)
만도는 이 곳에서 검증된 ABS와 ESP 등 첨단 장치들을 GM대우 쌍용차 등 국내 메이커는 물론 상하이폭스바겐 등 중국메어커에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헤이허(중국)=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