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우석 감독의 신작 영화 '공공의 적 2'의 설정은 제목에 잘 어울린다.


엽기적인 장면에 치중했던 전편과 달리 속편은 저명 인사의 외화 해외 유출과 하수인을 통한 대리 살인을 다룬다.


부와 명예를 지닌 사학재단 이사장이 '악의 몸통'이라는 점에서 '공공의 적'이라는 논리다.


돈을 위해 가족을 살해하는 이들 작품의 주인공들이 현실성 있는 캐릭터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신작에서는 한국 사회의 부조리가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화끈한 액션까지 가세해 대중성을 높였다.


속편에서 범인은 일찌감치 모습을 드러내고 범죄에 대한 수사과정은 거의 무시된다.


대신 고교 동창생인 범인 상우(정준호)와 검사 철중(설경구)의 악연을 통해 한국 사회를 여러 각도에서 풍자한다.


상우는 부유한 부친의 사업을 물려받은 '블러드 엘리트'이고 철중은 자수성가한 '파워 엘리트'다.


두 주인공은 우리 사회의 양대 지배계층을 대변한다.


출발선이 다른 두 사람은 서로 반목하며 결코 화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상우는 표면적으로는 이른바 '글로벌 경영자'다.


미국 프로골프협회(PGA) 투어 무대를 장악하기 위해 육영사업의 근거지도 미국으로 옮길 것을 선언한다.


그러나 궁극적인 목적은 재산 빼돌리기다.


막대한 재산과 수려한 용모,깔끔한 매너까지 갖춘 그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떠오른다.


반면 철중은 가난하다.


영어회화 실력은 초보 수준이며 예의도 없다.


그러나 명석한 두뇌와 뛰어난 현장감각으로 업무를 능숙하게 처리한다.


철중이 상우의 비리와 범죄를 밝혀내는 구성에는 우리사회에 대한 다각적인 비판이 담겨 있다.


범인 체포 과정에서는 사법체계를 뒤흔드는 자본의 위력도 묘사된다.


전직 검사들의 외압과 매수당한 검찰 고위층의 내부 압력으로 수사는 여러차례 좌초 위기에 놓인다.


돌파구는 개인적인 원한과 직업적 신념에 이끌린 철중이 광기에 가깝게 비합리적으로 행동함으로써 마련된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부패가 그만큼 심하다는 암시다.


설경구와 정준호의 연기가 볼 만하다.


특히 정준호의 악역 변신은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27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