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세균-원혜영체제'가 24일 공식 출범했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소속 의원 1백50명 중 1백7명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총회를 열어 새 원내대표에 3선의 정세균 의원,정책위 의장에 재선의 원혜영 의원을 표결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했다. 합리적 중도주의 노선의 '정-원체제'는 앞으로 1년간 원내운영을 책임진다. '정-원체제'가 당초 일부 소장파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만장일치로 출발하게 된 것은 어려운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데 이들이 적임자라는 공감대가 당내에 널리 확산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여당의 정책기조가 중도·실용주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런 기류에 부응하듯 정 신임 원내대표는 "성장과 분배가 선순환하는 건전한 국민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민생경제의 실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먼 곳의 물로는 눈 앞의 갈증을 풀지 못한다'는 고어지사(枯魚之肆)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하면서 "우리 사회가 오늘날 당면한 절실하고 실체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정-원체제'는 2월 임시국회부터 경제살리기에 필요한 민생·경제입법 처리에 당내외의 역량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원 정책위 의장은 출자총액제한제 적용기준(자산 5조원 이상) 등과 관련,"원칙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완화할 필요가 있으며 기준을 높이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해 출총제 적용대상을 줄여달라는 재계 주장을 반영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편 앞으로 정 대표가 정책위를 분권형으로 운영하고 기능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정책위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책위 강화방안과 관련,원 정책위 의장은 △분야별·사안별 의총개최 △정책조정위원회 및 소위원회 활성화 △민생관련 여야 정책위 의장단회의 정례화를 제시했다. 여당의 대화론자들이 원내사령탑을 맡음으로써 여야관계도 대립구도에서 대화국면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 대표체제에 대해 '경제통''합리주의자''상생정치' 등의 용어를 사용,긍정 평가하면서 기대감을 나타낸 게 이를 뒷받침한다.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입법 문제에 대한 타협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이재창·박해영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