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에 건조 선박의 '두께'를 늘려야 하는 원가부담 비상이 걸렸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국 선박 감리회사들의 연합체인 국제선급연합회(IACS)는 유조선과 벌크선 건조용 후판 두께를 최대 16% 늘리는 방향으로 공통구조규칙(CSR:Common Structural Rules)을 마련 중이다. ◆"후판 두께 늘려라" 영국의 로이드선급(LR),미국선급협회(ABS) 노르웨이선급협회(DNV) 등 11개국 선박감리 회사들이 소속된 IACS는 선급별로 각기 다른 규정을 통일하기 위한 공통구조규칙 초안을 마련,내년부터 건조되는 유조선과 벌크선에 적용할 계획이다. IACS의 이같은 움직임은 UN 산하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가 선박 사고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의 구조기준을 만들기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새로운 구조 규칙이 적용되면 국내 A사의 경우 대형 유조선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의 갑판용 후판 두께를 기존보다 16%(3㎜) 늘려야 한다. 조선업계는 선체 부분별로 들어가는 후판 두께가 1∼5㎜씩 늘어나는 만큼 VLCC의 전체중량은 지금보다 8∼9%,철광석 등을 실어나르는 케이프사이즈급 벌크선의 중량은 2∼3%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연간 1천2백억원 추가 부담" 세계 유조선 건조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7개 국내 조선사들은 태스크포스팀을 조직,지난해말 일본에서 열린 세계 선주 선급 조선사들의 연례회의인 '트라이 파타이테'에 참석,설명회를 여는 등 전방위적인 설득작업에 들어갔다. 원안대로 발효될 경우 업계 전체적으로 유조선 건조에만 연간 1천2백여억원(후판가격 1t=60만원 기준) 이상의 막대한 원가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조선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조선사들이 사용한 후판은 4백60만t.이 가운데 유조선 건조에 사용된 후판은 2백만t에 육박했다. 협회는 실제로 IACS의 초안을 적용한 결과 30만DWT(적재중량톤수)급 VLCC엔 1척당 3천5백∼4천t의 후판이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늘어나는 원가부담을 선가에 고스란히 전가하는 것도 어렵다는 게 조선업계의 우려다. 조선공업협회 관계자는 "조선사들도 공통구조규칙을 만드는 데에는 원칙적으로 동의하지만 IACS의 안은 개별 조선사들의 경험을 무시한 일방적인 것"이라며 "초안대로 발효될 경우 배를 만들지 말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선주협회 관계자도 "조선사들의 원가부담은 단기적으로 해운사들의 선박 구입가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에 따른 운임상승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