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채용때마다 청탁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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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주) 울산공장은 올초 생산직 직원 30여명을 공개 채용하면서 큰 홍역을 치렀다.
청년취업대란을 반응하듯 입사 경쟁률이 80대1을 넘어서자 1차 합격차 선별단계에서부터 이곳 저곳에서 몰려드는 인사청탁이 쇄도했다.
이 회사는 외부청탁에 견디다 못해 외부 전문회사에 인력채용을 맡기기로 했다.
SK(주) 이용식 홍보부장은 "생산직 직원을 뽑는 데 부탁 전화 한두번 받지않은 공장내 임직원이 없을 정도"라면서 "서류전형단계부터 정치인 '빽'까지 들어온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30년 공무원 생활을 마치고 정부산하기관장으로 자리를 옮긴 A씨도 요즘 골치가 아프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신입사원을 몇 명 뽑아야 하지만 채용 공고를 내자마자 몰려들 청탁전화를 생각하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답답해 했다.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민간 기업,공기업 가릴 것 없이 모든 기업체가 직원 채용 때마다 밀려드는 '외부 청탁'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과거에도 취업청탁은 있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청년실업 대란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들어 '취업청탁'이 기업경영의 새로운 애로사항으로 지적될 정도로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인기 직장인 경우 청탁을 다 들어주면 자체 기준에 입각한 선발이 불가능할 정도라는 하소연들이 늘고 있다"며 "기업들은 힘(?) 있는 사람들의 부탁을 나몰라라 하기도 부담스럽고 해서 청탁이 상대적으로 덜 한 '경력직' 채용을 늘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채용알선 전문회사들은 "청탁이 너무 심하다보니 '배경'이 약한 구직자들의 피해의식이 커지고 있다"면서 "지방대 출신들의 불만이 큰 것도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모 지방대 출신 취업 재수생 김기태씨(28)는 "서울 출신들은 아무래도 서울에 본사를 둔 기업들에 '연줄'이 많아 잘 들어간다고 생각된다"며 "청탁문화는 일종의 모럴해저드"라고 주장했다. 실제 온라인 리크루팅업체 잡코리아가 지난해 정규직 취업 성공 현황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의 23.7%가 친인척이나 지인의 소개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 취업사이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3.6%가 '불공정하다'고 대답,'공정하다'(25.4%)는 의견보다 두 배나 더 많았다. 불공정한 이유로는 54.7%가 '인맥과 같은 외부적 요인이 실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쳐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오영교 행정자치부 장관이 KOTRA 사장 시절 펴낸 책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를 보면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인사청탁 관행이 여실히 드러난다. 오 장관은 이 책에서 "임원 인사를 앞두고 도저히 거절하기 어렵거나 거절했을 경우 앞으로 업무 관계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이 올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청탁도 여러 건 있었다"고 밝혔다.
최근 들어 기업들은 수천명씩 몰려드는 응시자의 서류처리 부담도 줄이면서 청탁퇴치도 겸하기 위해 SK 울산공장처럼 인력채용을 아예 외부에 아웃소싱하는 추세다.
잡링크는 신한은행과 LG화재,디피아이,피자헛 등 40여개사의 채용을 대행했고 잡코리아는 대우건설,한미은행,유한킴벌리,오뚜기,한국산업은행,외환카드 등과 계약을 맺고 직원들을 대신 뽑아줬다. 잡링크 한현숙 사장은 "채용에 필요한 비용과 시간,노력을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사청탁 등의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어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언·울산=하인식·부산=김태현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