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흔들리는 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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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줄이 없으면 학교 성적도 제대로 못받는다니...아이들에게 학교 공부 열심히 하라는 말도 못하겠습니다."(경기도 B고 학부모)
서울 B고의 답안지 대리작성 사건을 둘러싼 의혹들이 대부분 사실로 밝혀지자 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사건 자체도 놀랍지만 학교와 주변교사들이 부정행위에 대해 무신경했다는 사실이 더 큰 충격"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서울시교육청에 의해 확인된 B고의 시험 감독체계는 학교가 조직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다는 지적이 나올만큼 만큼 허술했다.
기말시험 등 정기고사 때 결재없이 감독교사 임의로 시험감독을 바꾼 사례만도 3백22차례에 달했다.
시험 답안을 대신 작성한 오모 교사의 대범함도 교단의 '모럴해저드'를 반증한다.
24일 서울시교육청이 공개한 오씨의 대필 답안은 '누구나 알 정도'로 학생의 필체와 달랐다.
답안지에 대한 검토나 의혹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는 것은 '이 사실에 대해 아무도 문제삼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이는 이뤄질 수 없다고 시 교육청은 설명한다.
'내신부풀리기'에 이어 터진 B고의 입시 부정으로 교원단체들도 긴장한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은 24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원들의 의식개혁 운동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2008년 이후 도입될 내신 위주의 대입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지에 대한 회의론도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서울 D고의 한 교사는 "대학과 학부모들은 내신을 교사 맘대로 부풀리고 고처주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 내신을 어떻게 주요 대입지표로 반영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교단이 흔들리면서 한국의 교육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교사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절치부심이 절실한 때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