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대기업에 근무하다 자녀 출산으로 1998년 퇴직한 이모씨(32·여)는 전업 주부로 지내다 1년6개월간 공부해 2003년 3월 전남 모 대학교 약대 3학년 과정에 편입학했다. 이씨는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얻어 다섯살 난 큰아이와 함께 살고 있고 남편은 직장 때문에 수원에 남아 있다. 이씨의 학과에는 결혼 후 늦깎이로 편입한 학생이 10여명이고 이 중 절반 정도가 가족과 떨어져 산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충북의 한 의대에 다니고 있는 김모씨(33)는 이씨와 대조적이다. 아내가 직장에 다니고 김씨는 뒤늦게 의대에 진학했다. 지난해 초 의대 본과 1학년에 편입한 김씨는 공대 석사학위를 받고 2002년까지 한 화학회사에서 일하다 의대 편입을 결정했다. 결혼 3년차인 김씨의 아내는 김씨가 지방대에서 의학 공부를 하는 사이 서울에서 한 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김씨는 "본과 3학년 때부터 서울 캠퍼스에서 다닐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다른 사람보다는 형편이 낫다"고 전했다. 안정된 미래를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어려운 결정을 한 신 기러기족에게는 육아가 가장 걱정스런 문제다. 대부분 결혼 초기인 신 기러기족의 자녀는 아주 어릴 때 부모 중 한 명과 떨어져 수년간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육아 문제가 학업 못지않게 힘든 짐인 셈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