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한국인 경영 구루 (gu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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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guru)는 원래 힌두교의 지도자를 뜻한다.
요즘은 '존경할 만한 큰 스승'을 지칭하는 용어로 경영학계나 컨설팅업계에서 주로 쓰인다.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미국의 피터 드러커가 구루라고 불리는 대표적인 사람이다.
김위찬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세계 경영학계에서 구루로 자리매김한 인물이다.
같은 학교 동료인 르네 마보안 교수와 함께 90년대 중반 주창한 가치혁신(Value Innovation)론은 발표 직후부터 유럽에서 '최후·최고의 전략론'으로 주목을 받았다.
오는 2월5일 미국에서 출간되는 첫 단행본 '블루오션전략(Blue ocean strategy)'이 하버드 경영대학원 출판사 역사상 최고인 23개 언어,90개국 번역 계약 기록을 세운 것은 그가 구루로 뿌리를 내리는 결정타라고 할 수 있다.
▶한경 1월24일자 A37면 참조
그러나 그가 세계가 주목하는 경영이론의 창시자라는 것,그리고 수많은 초일류기업,심지어 싱가포르 등 많은 나라들까지 그에게 미래 전략을 배우려고 줄을 서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초 '국가혁신 캠페인'으로 처음 소개하기 전까지는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국내 언론에 언급되지 않은 것은 물론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에서조차 인명 검색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무명(無名)이었다.
신문기사를 쓰는 입장에서 처음 소개하는 위치에 선 것이 '다행'이었지만 지난 1년간 기사와 각종 행사를 통해 가치혁신론을 소개해오면서 "이렇게 까마득히 몰랐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물론 1차적인 책임은 세계동향에 무지한 언론에 있다.
그러나 김 교수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보면 우리 모두가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가치혁신론이 주창된지가 이미 10년.세계 주요 MBA 스쿨 대부분이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마보안 교수와 함께 다보스포럼에서 펠로(fellow)를 맡아 세계지도자들을 상대로 가치혁신을 전파해왔다.
논문저술활동도 활발히 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90년대 초반부터 정기적으로 기고한 논문만도 지금까지 8개에 달한다.
그 가운데 2개 논문은 각각 전략과 인사관리부문 역대 최고 논문으로 뽑혔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에 칼럼을 연재한 것도 수십건에 이른다.
혹시 우리는 다른 나라들이 이미 받아들인 것,즉 검증된 것만 골라먹으며 만족해 온 것은 아닐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적고,그것도 전문서비스 업체가 만들어서 퍼주는 처방이 아니면 소화하지 못하는 관행에 젖어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 사람이니까 우리가 더 잘 대우해주자는 주장을 하는 게 아니다.
그의 목소리에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그가 주장하는 가치혁신과 블루오션전략의 골자는 붉은(red) 피를 흘려야 하는 경쟁시장에서 예전의 업종·고객 개념에 얽매여 있지 말고 경쟁이 없는 새로운 시장,즉 푸른 바다(blue ocean)와 같은 신시장을 개척하자는 메시지다.
특히 원천기술 없이도 성공할 수 있는 수많은 사례와 방법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기업이나 조직이라면 당장 달려들어 그 속을 알아봐야 할 전략이라는 얘기다.
아마존닷컴을 통해 선주문된 '블루오션전략' 9만여권 가운데 '주창자의 나라'인 한국의 총 주문건수는 아마존닷컴측이 놀랄 정도로 적다는 소식이다.
김위찬이라는 이름보다 'W.Chan Kim'이라는 영문명이 더 유명해지는 일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날까 걱정이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