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晩雨 < 고려대 경영대 교수 > 한국판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종합투자계획의 실천방안이 마련됐다. 지난 주말 이헌재 부총리는 영상물을 통해 민간부문이 건설한 공공시설을 정부가 장기간 임차해 사용하는 종합투자계획을 발표했다. 금융회사 수신자금,연기금 자금,생명보험사 장기자금 등을 끌어들여 일감이 부족해 놀고 있는 건설장비와 인력을 가동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미래의 예산소요를 미리 쓰는 고육책까지 들고 나오는 것은 민간수요가 살아날 때를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종합투자계획이 민간부문의 투자소요자금을 가로챔으로써 이자율 상승 등의 부작용과 민간투자가 줄어드는 구축효과의 유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경기침체는 정보 비대칭성에 의한 심리적 요인으로 모든 경제주체가 필요 이상으로 움츠림으로써 경제 전반이 과도하고 위축된 측면이 있다. 움츠림 돌림병을 떨쳐내기 위해서는 정부가 민간부문을 이끌고 나가는 획기적인 투자계획이 실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내경기의 극심한 침체에도 불구하고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서는 해외투자처를 찾아야 하는데 여기에도 많은 위험이 따른다. 경상수지 흑자를 적절한 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도 국내 투자지출을 늘려야 한다. 대외자산의 투자처를 찾거나 국내 투자활성화 정책을 펼쳐나가는 데는 모두 위험이 따른다. 해외부문에 투자할 경우 투자실패에 따른 손실은 대부분 증발해 버리는 데 비해 정부주도로 국내에 투자할 경우 실물자산은 국내에 남게 되고 정부가 손실을 입더라도 일부 국민은 이득을 보게 된다. 특히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임을 감안할 때 고용효과가 높은 건설업을 중심으로 하는 이번 종합투자계획은 시의적절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군인아파트,학교교사,고속도로 등 공공시설을 민간부문이 건설하고 정부가 이를 임차해 사용하는 BTL(Build-Transfer-Lease) 방식의 종합투자계획이 성공하려면 민간부문의 자금을 효율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간접투자 자산운용법에 의한 사모펀드가 조속히 활성화돼야 하고 연기금의 효율적 운영을 담보할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사업주체로 나설 기업의 경우 사모펀드,연기금 또는 생보사에서 일부 자금을 조달하더라도 자본금 조달이 필요할 것이고 따라서 자금여력이 있는 계열사의 출자와 지급보증이 필수적이다. 지금까지 투자와 출자는 다르다는 주장을 펼치던 공정거래위원회도 사회간접자본 출자는 출자총액제한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계열사 지급보증금지도 보류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종합투자계획뿐 아니라 전반적인 기업투자 촉진을 위해서는 정부의 기업에 대한 가부장적 간섭이 철폐돼야 한다. BTL 방식에 따르면 공공시설의 건설과 유지보수는 민간기업이 담당하고 정부는 그 시설을 임차해 사용할 뿐이다. 따라서 공공시설과 관련된 전통적 비효율은 사라지게 된다. 이 경우 정부와 참여기업 사이의 합리적인 임차료 계약,다시 말해 적절한 보상방식이 책정돼야 한다. 이번 종합투자계획의 특징은 BTL 방식과 같이 민간기업에서 오랫동안 사용된 경영기법을 정부가 벤치마킹한 점이다. 최근 기획예산처 공무원들이 삼성의 경영기법을 배우기 위해 삼성그룹 연수원에 입소한 것은 신선한 충격이다. 또한 삼성전자의 성공한 CEO를 정보통신부 장관에 기용한 이후 인천공항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킨 건설교통부 장관,KOTRA의 개혁을 성공시킨 행정자치부 장관의 임명은 기업 마인드 확산을 통한 정부 경쟁력 제고의 확고한 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경제 살리기의 핵심과제인 종합투자계획은 공공부문에 기업 마인드를 효율적으로 정착시켜야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