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레저 등 국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저하는 정부의 지나친 규제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지적한다. 각종 규제에 묶여 골프장을 짓지 못하다 보니 골프장이 부족해지고,골프장 이용료가 천정부지로 뛰었다는 진단이다. 한국은 총인구를 골프장 숫자로 나눈 비율이 27만명인 데 반해 일본은 5만2천명,영국 2만9천명,미국 1만7천명 등으로 10배이상 차이가 난다. 이를 부추기는 대표적인 규제가 세금이다. 국내에서 한번 골프를 칠 때 내야 하는 세금 및 준조세가 4만4천원에 육박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골프장에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골프장은 체육시설로 분류되고 있지만 세법에선 골프를 사치성 소비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골프장 특소세를 국세에서 지방세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는 골프장 특소세를 국세에서 지방세로 돌리고 각 지방자치단체가 재량에 맞게 특소세를 받지 않는다면 회당 이용료가 2만7천∼2만9천원 낮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대책 시행의 '속도'와 정부의 의지다. 가급적 빨리,그리고 실질적으로 골프장 이용료가 내려갈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행정지도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골프장 토지에 대한 세금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조업체의 공장부지는 공시지가의 0.2%로 저율 분리과세되지만 골프장은 0.2∼4.0%의 합산과세(퍼블릭골프장)와 4%의 고율 분리과세(회원제골프장)가 적용된다. 박병원 재정경제부 차관보도 "장기적으론 토지를 공장이냐 골프장이냐로 볼 것이 아니라 사업용이냐 비사업용이냐로 구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프장 부지에 대한 직·간접 규제도 폐지되거나 완화되어야 할 규제로 손꼽히고 있다. 예를 들어 농지나 그린벨트는 골프장으로의 용도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천범 레저산업연구소장은 "환경보호 장치를 마련하고 골프장을 늘리자고 하더라도 대안 없이 반대하는 환경단체 역시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기표류 가능성이 높은 새만금사업도 이같은 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지난해 골프장 이용인구는 1천6백만명.2010년이면 2천5백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1백94개인 골프장은 2배 가까운 3백73개로 늘어나야 수요를 맞출 수 있다. 결국 '골프수지 적자'를 해결해야 할 주체는 '환경이 좋은 외국에 나가려는 골퍼'가 아니라 '규제 완화에 미적거리는 정부'다. 교육 의료 법률 등 다른 서비스산업의 현황도 골프만큼이나 심각한 편이다. 지난해초부터 11월까지 유학과 해외연수를 위해 외국에 지출된 돈은 7조3천억원에 이르렀으며,의료 법률 컨설팅 회계 광고 등의 영역에선 5조2천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들 분야에서의 경쟁력 상실은 '가격'이 아니라 '질(質)'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국내보다 10배나 비싼 돈을 주고서라도 미국 병원에서 진료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조기유학 붐은 식을 줄 모르는 상황이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