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1] 1년여동안 표류하던 시중 부동자금이 올들어 뚜렷한 방향성을 갖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성경 기자 나와있습니다. 부동자금 규모 도대체 어느정도 됩니까? [기자] 부동자금은 통상 특정자산에 묶여있지 않고 투자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대기성 자금을 말합니다. 현재 부동자금은 400조원이라고 흔히 말하지만 부동자금의 개념정리가 명확하지 않고 산정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추상적인 수치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한국은행에서 집계하는 금융권별 여수신동향을 통해 시중자금의 경로를 추적해 볼수 있습니다. [앵커2] 부동자금의 흐름을 전환시킬 기점은 지난 2003년말 발표된 부동산 안정대책 아닙니까? [기자] 지난 2003년말 강력한 부동산투기 억제책인 10.29 대책이후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온 시중 부동자금은 1년넘게 이렇다할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표류했습니다. 당시 부동산대책으로 정부가 노렸던 것은 부동산시장에서 빠져나온 뭉칫돈이 증시와 같은 자본시장으로 들어가 산업자본화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중산층 자금이 오히려 부동산에 상당부분 묶인데다 실질금리 마이너스라는 초저금리 상황 때문에 금융상품도 크게 힘을 쓰지 못합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안이 될 수 있었던 주식시장은 지난 2000년 전후 코스닥거품에 따른 신뢰상실로 시중자금을 끌어안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되자 기업의 투자부진으로 더욱 풍부해진 부동자금은 주택이 아닌 땅투자나 해외 부동산으로 유출되면서 해외 불법송금과 같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금융상품 가운데서는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MMF(머니마켓펀드) 같은 초단기금융상품에 몰려 "시중자금의 단기부동화"라는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도 생겨납니다. 실제 지난 1년동안 MMF의 수탁고는 42조원에서 63조원으로 20조원 이상 늘어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2차례의 콜금리 인하로 변동성이 커진 채권시장이 일시적인 비대화현상을 겪기도 했습니다. [앵커3] 올해들어 시중자금 경로가 지난해와는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는데... [기자] 자금의 물꼬가 주식시장으로 확실히 틀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1월들어 고객예탁금과 주식형펀드, 주식혼합형펀드 등 이른바 증시자금은 2조원이나 늘었습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주식시장에 집중되면서 펀드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습니다. 최근 국내 첫선을 보인 1천억원 규모의 경매펀드가 판매 10분만에 모두 동이난 점이 이같은 현상을 잘 반영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은행 예금잔고는 2조5천억원 가까이 줄어들어 안정적인 이자에서 적극적 자산운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선회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앵커4] 투자환경이 급변하면서 금융권역별로도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고 합니다만... [기자] 증권, 자산운용업계는 투자자의 요구에 맞는 적극적인 자산운용에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시장의 환경변화와 맞아떨어진다고 자체 진단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지난해말 정부가 대대적인 증권업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후속조치들이 하나둘 실현되기 때문에 앞으로 영업환경이 더욱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은행권은 지난 한해 동안 투자환경 변화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함으로써 경쟁력 저하를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은행이 예금금리 보다 높은 예대마진으로 이자장사를 해왔다거나 각종 수수료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높이려 했던 점이 대표적입니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의 수장이 "은행이 기업을 등쳐먹고 있는 꼴"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며 은행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그결과 은행의 수신고는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이탈을 막기위해 은행들은 정기예금금리 보다 05%P 정도 더높은 특판예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판예금은 은행이 수신고 유지를 위해 예대마진을 포기하는 것이어서 은행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지 않고 판매상품의 절대규모가 1년만기 상품이어서 금융산업 측면에서도 순기능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뒤늦게 국민은행, 하나은행 등 선두은행을 중심으로 자산운용부문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설정해 전담팀을 구성하거나 별도법인을 설립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요구와 시장의 환경이 예상보다 빠르게 전환하면서 은행은 적잖이 당혹해하는 눈치입니다. [앵커5] 투자환경 변화에따른 부동자금 이동,또 이에따른 금융권역별 전략까지 들어봤습니다. 이성경 기자였습니다. 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